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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시네마 뒤팍의 영광을 되찾길

심야영화의 메카, 프로그래머 해고 이후 색깔 잃어버려

시네마 뒤팍 내부 전경

몇년 전만 해도 몬트리올에는 시네마테크라 불리던 곳이 시내 중심가를 비롯해 알 만한 동네 여러 군데에 포진하여 시네필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한다. 그런데 현재는 시네마테크 퀘벡쿠아즈, 시네마 뒤팍, 엑상트리 정도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침통한 소식이 들려온다. 몬트리올의 유일한 영화창고 시네마 뒤팍이 그 슬픈 소식의 중심에 있다. 시네마 뒤팍은 장르영화와 컬트영화 등을 몬트리올에서 유일하게 영어버전, 영어자막과 함께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다. 비영리 단체인 몬트리올레퍼토리영화협회의 관리하에 있는 시네마 뒤팍은 그동안 밤마다 오컬트영화로 관객을 잠 못 들게 만들었고, 주말마다 특별하고 특이한 이벤트로 몬트리올 시네필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지하세계는 어떤 알력에 의해 점점 평범해지고 있다. 그 시작은 시네마 뒤팍이 엑상트리에 흡수되면서 훌륭한 프로그래밍으로 시네필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뒤팍의 수석프로그래머 돈 로벨과 그의 파트너이자 칭찬받을 만한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데이비스 미치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엑상트리쪽에 의해 그야말로 잘린 일이었다. 7년간 뒤팍의 모든 영화의 프로그래밍을 해왔고 엑상트리로 흡수되기 전 뒤팍의 관리자이기도 했던 돈 로벨과 판타지아영화제의 프로그래머와 ‘미드나이트 쇼킹 무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던 데이비스 미치의 해고는 더이상 밤의 의식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와도 같다. 극장의 검표원은 이메일 작전으로 다시 그 영광을 찾자고 귓속말을 전하기도 한다.

어쨌든 프로그램팀은 바뀌었고 그 이후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어쩐지 2%가 부족한 것들이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할리우드영화인 <게이샤의 추억>과 <브로크백 마운틴>을 한달 내내 상영하는 등 그 지하세계만의 색깔을 도통 헷갈리게 만들어 팬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라면 시네마 뒤팍이 완전히 상업영화로 도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인데, 사태를 이렇게 몰고 간 엑상트리쪽이 독립영화와 비주류영화들의 상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주류에서 벗어난 영화들을 거침없이 보여주던 시네마 뒤팍의 영광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