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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봅시다] 표절하고서도 걸리지 않는 방법!
이종도 2006-04-18

<방과후 옥상>

표절은 크게 두 가지다. 1. <왕의 남자> <> <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일부 표절. 2. <방과후 옥상> <진다> <겟 차> 처럼 외국 작품 표절. 프루동 가라사대 ‘모든 재산은 훔친 것’이며, 솔로몬 가라사대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나니’ 여기에 전 지구적 자본화에 따라 무의식조차도 글로벌 표준화되고 있으니 표절하지 않거나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기가 오히려 어렵다고 해야 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아주 싫어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흘러나온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으로 모든 게 연결된 세계에서 홀로 섬처럼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1처럼 일부 표절은 <왕의 남자>에 대한 법원 판단처럼 결국 ‘차지하는 비중’의 문제다. 서사적 구성의 사소한 일부라면 도둑질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 양심의 문제겠지만 법적·경제적 차원에서 봤을 때 사소한 진위를 따져봐야 실익이 없다는 거다. 2처럼 외국 작품 표절은 국력이나 문화의 크기가 글로벌 수준에 올랐을 때 문제가 된다. <진다>가 <올드보이>를 훔친 건, <영어완전정복>이 <매트릭스> 일부를 훔친 것과 비슷하다. 덜 알려진 곳에서 더 많이 알려진 걸 베낄 때는 패러디, 나아가 존경의 ‘오마주’ 차원으로 넘어간다.

자, 그럼 정리하자. 우선 훔쳐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지극히 일부 대사와 소절을 훔친다. 걸리면 뒤늦게 사과하고 ‘컨셉만을 차용했다’거나 ‘전혀 본 적 없다’고 잡아뗀다(진짜 문제가 되면 은밀한 거래로 해결한다). 저작권의 사각지대인 약소국이나 힘 없는 네티즌이나 사람 좋아 보이는 친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친다(타란티노는 친구의 ‘시칠리아 사람은 흑인’이라는 농담을 허락도 안 받고 <트루 로맨스>에 그대로 썼다). 유명 작품의 에피소드를 베낄 때는 미리 ‘누구를 오마주하겠다’며 사전에 말을 흘린다.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학은 짜깁기와 상호인용’ 따위의 구절을 비상용으로 외우고 다닌다. 그러나 의외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평소 당신의 부도덕한 행실을 눈여겨본 누군가가 이를 인터넷에 올려버리면 게임 끝이다. 게다가 법원까지 변덕이라도 부려서 ‘작품에서 표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판정하면 조지 해리슨의 <마이 스윗 로드>나 더 버브의 <비러 스윗 심포니>처럼 떼돈을 벌고서도 원작자에게 전액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도둑이라는 수모까지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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