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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하드코어 밴드의 현재와 미래, 콘 내한공연
박혜명 2006-04-21

4월22일(토) 오후 7시/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1992년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이라는 4인조 록밴드가 하드코어(혹은 랩코어 혹은 랩메탈 혹은 뉴메탈)라는 신종 장르 음악으로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냈다. LA에 근거를 둔 이들은 메이저레이블 소니뮤직을 통해 데뷔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동네에 LAPD라는 4인조 록밴드가 있었다. 펑크, 메탈, 랩, 힙합을 뒤섞어 신종 메탈을 구사하던 이들은 장의사 수업을 받고 있던 청년을 보컬로 영입했다. 청년의 이름은 조너선 데이비스. 5인조 밴드는 이름을 콘으로 개명했다.

RATM과 콘은 명실상부하게 미국 뉴메탈 혹은 하드코어신의 양대산맥이 되는 밴드다. 왕성한 활동기 때부터 왕성히 비교를 당해온 두 밴드의 특성은 뚜렷이 다르다. 메시지 성향으로 보자면 RATM은 정치적이고 콘은 좀더 개인적이다. RATM은 <Take The Power Back> <Know Your Enemy> 등을 통해 미국사회에 팽배한 모순과 차별, 억압, 폭력 등을 강하게 비판했고 콘은 <Daddy> <Blind> <Got The Life> 등을 부르며 가정 안에서의 폭력을 비롯해 청(소)년기의 정신적 혼란과 방황을 파고들었다. RATM의 사운드는 정렬돼 있고 폭발이 규칙적이었으며 콘의 사운드는 예민하고, 외침과 흐느낌이 불규칙했다.

사운드와 메시지의 색채를 일관되게 지켰던 RATM은 3집을 마지막으로 보컬 잭 드 라 로차를 잃었다. 밴드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보컬이 나간 뒤 RATM은 해체됐다. 콘은 메시지의 색깔을 지키면서 음악적 실험에 정성을 쏟아왔다. 평론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1, 2집 이후 메탈사운드에 힘을 더 실어줬다가 외면도 받았고, 초심을 회복하자는 마음으로 헤비한 펑크사운드를 다듬어 ‘콘이 되살아났다’는 평도 얻었다. 콘은 기타 겸 보컬 브라이언 웰치가 떠난 뒤 지난해 7집 <See You On The Other Side>를 내놓고 초심 속에 깃든 미래지향적 태도를 과시했다. 콘은 지금까지 25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웠다.

콘이 내한한다. 이번 공연은, 여전히 소외되고 억눌린 우리 동생들을 위해 절규하는 형들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공연이다. 21곡의 레퍼토리 중 8곡이 7집 수록곡이다. <Blind> <It’s On> <Got The Life> <A.D.I.D.A.S.> <Need To> 등 초기 명곡들도 물론 공연된다. 미국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RATM은 2000년 한국의 올림픽 체조경기장 절반이 못 찬 객석 앞에서 공연을 하고 돌아갔다. 실험과 실패, 만족과 후회를 거듭하며 12년째 생존해오고 있는 하드코어 밴드 콘의 공연장은 어떨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