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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 감독의 창작의 고통을 보여드립니다, <캐산>

의상담당자가 감독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던지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친다.

<캐산>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주목받은 기리야 가즈아키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 그는 메이킹 필름이 시작되자마자 스탭에게 ‘영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HD카메라를 잡았고, 두달 동안의 강행군 촬영 뒤에도 CG와 편집 작업에만 거의 반년이라는 기간을 투입했다. 영상 위주의 작품이다보니 말로 하는 감독의 컨셉 설명은 알아듣기가 어렵다.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이해도가 떨어졌다고 토로했던 의상담당자가 ‘확실히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감독의 태도냐’며 따지는 장면을 보니 감상자만 헤맨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든다. 허구한 날 그린스크린 앞에서 뛰고 구른 배우들도 평소의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독은 전쟁터의 한가운데를 향해 더 깊이 뛰어든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덧씌워지고, 어느새 촬영 분량은 테이프만 4700개에 2천컷을 훌쩍 넘어간다. ‘다크 서클’에 퀭한 얼굴이 되어갈수록 감독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마침내 1년여의 작업이 마무리된 첫 시사회 날 영화가 끝나고 텅 빈 극장에서 감독은 뒤돌아 눈물을 훔친다. 완성된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수많은 배우와 스탭에게 자신의 비전을 전하려고 노력했던 창작자의 분투 과정을 함께 따라온 감상자가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캐산> 본편이 ‘인간은 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가’에 대한 것이라면, 2시간10분짜리 본편과 거의 맞먹는 길이의 제작일지는 기리야 감독의 이 악문 제작기를 담은 또 한편의 영화다.

기리야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장을 누볐다.

후반작업 때 ‘끝이 안 보인다’고 토로하는 감독의 지친 얼굴.

<캐산>은 액션장면이 많아 배우에게도 힘겨운 작업이었다.

첫 시사회 뒤 혼자 눈물을 삼키는 감독의 모습은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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