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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박 개그’의 진부한 웃음,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강명석 2006-05-11

일요일 일요일 밤에

박명수와 지상렬은 이른바 ‘비호감’ 캐릭터들이다. 뭐 하나 잘난 것 없으면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으스대고, 자신의 말에 토다는 사람은 심지어 여자 출연자라 해도 우악스럽게 따진다. 그러나 그들의 매력은 거기서 비롯된다. 그들은 볼 것도 없고 무례하기까지 하지만,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잘난 사람들을 향해 지르는 그들의 ‘호통’에 쾌감을 느끼고, 어느덧 그들이 잘되길 응원한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오락 프로그램은 그들과 그들을 공격하는 자들이 서로를 흠집내며 티격태격하는 스토리가 생기고, 그들이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에서 드디어 여자 연예인과 커플을 만들며, MBC <무한도전>에서 꼴찌였던 설문조사 순위가 오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공스토리가 됐다. 그들은 늘 당하는 입장이었던 약자 캐릭터에 입체적인 변화를 주며 오락 프로그램의 스토리를 좀더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박명수와 지상렬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동안클럽’에서는 그저 당하는 캐릭터에 머무른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이 코너에서 박명수와 지상렬을 공격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노안’으로 판정하는 현대 의학이다. 그들은 코너 내내 외모로 당해도 그것을 풀 방법이 없고, ‘X맨’과 ‘무한도전’의 유재석처럼 그들과 함께 망가질 MC도 없다. MC 박경림은 그들의 외모를 꼬집으며 면박주기 바쁘고, 프로그램 중반부터 별다른 토크없이 퀴즈 맞히기 등을 반복하는 게임은 다른 ‘동안’ 캐릭터들과 그들이 티격태격할 기회를 뺏는다. 그들 고유의 독특한 캐릭터는 사라지고, 남는 건 얼굴과 관련된 정보가 나올 때마다 지상렬과 박명수가 면박당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동안클럽’은 동안이라는 시대의 트렌드를 따르되, 그 내용은 약자 캐릭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과거의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이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공통적인 문제다. ‘돌아온 몰래카메라’와 ‘참! 잘했어요’는 모두 ‘돌아온 몰래카메라’에 속는 출연자나 ‘참! 잘했어요’의 이계인처럼 당하는 캐릭터와 그들을 놀리는 이경규, 김용만 같은 약삭빠른 MC의 대립구도를 이룬 채 계속 한쪽이 놀리고 한쪽은 당하는 구성을 반복한다. 당하는 캐릭터는 MC 같은 잘난 캐릭터를 공격할 어떤 여지도 없고, ‘몰래카메라’는 코너 내내 황당한 사건에 당하는 출연자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여기엔 좀더 풍부한 재미를 위한 다양한 스토리나 캐릭터간의 갈등관계는 없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몰래카메라’와 ‘브레인 서바이버’에 익숙했던 기존 시청자에게 익숙한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가장 혁신적인 코너로 가득했던 이 역사 깊은 오락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부터 정체돼 과거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캐릭터라도 다양했던 ‘헬스클럽’이 나았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