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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 [1] - <제이미’s 키친>

맛집 소개부터 시트콤까지 각양각색 요리 프로그램

불치병+출생의 비밀 종합세트인 드라마나 시시콜콜한 짝짓기 혹은 신변잡기 수다세트인 오락 프로그램에 지쳤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다큐멘터리도 싫고, 우울한 뉴스들도 싫다. 위성·케이블 채널들은 <제이미’s 키친> <키친 컨피덴셜> <아이언 쉐프> 등 특이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시청자를 부른다. 이에 질 리 없는 지상파 채널은 <청년성공시대-내일은 요리왕> <노벨의 식탁>을 신설했다. 국내 최장수 요리 프로그램 <찾아라 맛있는 TV>는 얼마 전 200회를 맞았다. <VJ특공대>의 한 작가는 요리가 아이템인 날은 시청률이 껑충 뛰어오른다고 전한다.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무조건 망한다는 방송가의 징크스는 깨진 지 오래다. 바야흐로 요리 프로그램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톡톡튀는 재담으로 딱딱함 벗어던진 <제이미’s 키친>

요리법 대신 제이미만 봐도 즐겁다

올리브 네트워크 토·일 오후 9시

한때 우리 방송가에는 “요리 프로그램은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지만, 무뚝뚝한 전문가가 나와 레시피만 줄줄 외는 강의식 프로그램밖에 없던 당시의 이야기라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요리 프로그램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는 잘생긴 외모와 장난기 섞인 행동, 놀라운 요리솜씨로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영국의 천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 덕에 4살 때부터 요리를 시작한 제이미는 16살에 요리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 캐스터링 칼리지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뒤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요리를 익혀온 그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리버 카페’의 크리스마스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 필름에 주방 스탭으로 출연하면서다. 이 다큐를 본 영국의 여러 프로덕션들이 그에게 전화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옵토멘 텔레비전>(Optomen Television)과 함께 만든 <네이키드 셰프>(The Naked Chef)에서 주방에서 굴러다니는 값싸고 흔한 재료로도 쉽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요리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어 프레시 원 프로덕션과 함께 <제이미’s 키친>을 찍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요리로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았다.

<제이미’s 키친> 역시 ‘전문가(제이미)가 나와 레시피를 읊어주는 강의식 요리 프로그램’이지만, 신기하게도 지루하지 않다. 이는 제이미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좇는 이 프로그램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캐릭터와 타고난 입담도 프로그램에 활기를 더했다. 그날 필요한 재료를 빠뜨린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이 난처한 상황에서 “내가 참 바보 같죠? 하지만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여러분마저 ‘그래’라고 하면 안 되죠”라는 농담을 던진다. 또 한참 수다를 떨다 “침이 튀어 음식이 짜겠네요”라는 너스레도 떤다. 그래서 몇몇 시청자는 그가 전하는 재담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요리 프로그램을 말수 적은, 그나마 요리법을 전할 때 외에는 입을 열지 않는 권위적인 전문가들에 의한 정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국내 시청자들이 제이미에게 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제이미에게 반한 다른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요리법에 있다. 정해진 규칙 대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요리하는 그의 재능은 간을 볼 때 두드러진다. 양념을 눈대중만으로 팍팍 집어던진다든가, 손으로 음식물을 집어 쩝쩝대며 맛을 보는 그를 본 시청자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그를 천재 요리사로 추앙하든가, 그의 친근감에 박수를 보내든가. ‘음식은 손맛에서 나온다’고 믿는 국내 시청자들이 열광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좁은 주방을 바쁘게 오가는 제이미를 따라 쉬지 않고 옮겨다니는 카메라도 <제이미’s 키친>을 흥미롭게 해준 요소 중 하나다. 그의 수다만큼 스피디하게 바뀌는 화면은 지루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기를 넣어주었다. <제이미’s 키친>을 방송 중인 올리브 네트워크의 관계자는 “자유분방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서는 게 인기 요인 중 하나”라며 “<제이미’s 키친>은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 비해 20대 시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닮은 프로그램

<헬’s 키친> 온스타일 화 오후 12시50분·밤 10시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부부가 호화스러운 스페인식 ‘월드컵 파티’를 연다는 기사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이름은 바로 요리사로 초청된 고든 램지다. 그는 <폭스TV>의 <헬’s 키친>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이름을 알린 인물. <헬’s 키친>은 그가 미국 할리우드 중심부에 ‘헬’s 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한 뒤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전직 축구선수인 고든 램지는 요리사로 전업한 뒤, 미디어의 각종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거칠고 무례한 태도로 큰 인기를 끌어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또 뛰어난 레스토랑 경영 수완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겸비했다. <헬’s 키친>에서도 그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출연진을 긴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