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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움직이는 방식, <DAWN>

구라시나 료 지음 | 대원씨아이 펴냄

2년간 사라졌던 ‘월가의 전설의 사나이’라고 불리던 남자가 일본에 돌아와, 일본의 재생을 외치며 원대한 계획을 시작한다.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주인공이 거의 슈퍼히어로급의 경제 동물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DAWN>은 대단히 리얼한 경제 전쟁의 실상을 그리고 있다.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면에서 어떤 더러운 짓들이 태연히 벌어지는지도 폭로한다.

야하기 타츠히코는 강력하게 외친다. 미국에 복수하겠다고.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의 호경기는 아시아 경제를 날려버린 돈이 흘러들어간 덕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며 모든 국가를 같은 무대에 올린 채 금융전쟁이 시작되었고,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금융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것이 결정되었지만, 일본의 정치가들은 거기에 동조했다. 하지만 일본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야 하고, 반드시 일본의 형태를 바꾸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회사를 세우고, 미국기업의 일본기업 매수를 저지하고, 일본의 은행을 매수한다. 최후의 목표는 물론 정치다.

<DAWN>은 대단히 야심찬 만화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자주독립을 해야 하고, 서구의 지배에서 벗어나 아시아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DAWN>이 말하는 것은, 이상론이다. 현실의 모순과 부패를 꽤 정확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영웅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은 정치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또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으로 인기를 얻은 이시하라 신타로처럼, 자주독립을 외치는 이들이 결국 극우파이고 미국의 충복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DAWN>이 외치는 이상론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진정으로 아시아가 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상론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개인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로라도 그런 모습을 보지 않으면, 현실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