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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까마귀 노는 골에 왜 갔소

이번 서울시장 후보들은 솔직해서 좋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 어찌나 순수한 분들인지 고마운 마음이든 섭섭한 마음이든 도통 숨길 줄을 모른다. 깨끗한 남자의 마음은 역시나 투명했다. 오 후보는 ‘속심’을 숨기지 못하고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 하고 커밍아웃해버렸다(유세장에 모여든 청중은 처음엔 뻘줌했지만, 나중엔 그의 진심에 감화해 박수로 화답했다). 솔직히 말하자. 한나라당을 위해 분골쇄신하신 유신공주님을 위해 산소왕자가 어찌 백골난망 백번이라도 고맙다고 외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쁜 물이 든 정치인들은 그의 진심을 곡해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선대위 대변인은 “그게 인간이 할 말이냐”고, 정택진 부대변인은 “아픈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고맙습니다’라고 얘기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딱 잡아떼다가 딱 걸렸다.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동지들의 배신을 네티즌이 덧글로 위로했다. “지충호씨 고맙습니다, 하세요”, “화장실에서 웃었어야지”, “아무도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저 사나이의 천진난만함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독심술을 발휘하는 거사님도 있었다. “최연희 의원에게. 요즘 살 만하니? 이런 분위기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지? 그치? 좋은 하루되삼!”) 한편에선 동영상을 올린 <오마이뉴스>를 겨냥해 “개마이 뉴스에 낚였군”, “오마이도 조선 따라 짜깁기?”라며 오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진정성 하니까 떠오른다 강금실. 진정성 빼면 시체인 친절한 금실씨도 속심을 내보이며 ‘속았다 시리즈’를 시작했다. 금실씨, 아니 보람이 엄마는 방송토론을 하다가 “정치에 정말 속은 것 같다”고 속심을 비추었다.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놀고 싶다는 금실씨를 유혹한 자들 누구였던가. 그들은 끝까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오영식 열린우리당 선대본 대변인은 “‘정치에 속은 것 같다’는 표현은 정치권 전반에 대한 강 후보의 강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고 동문서답 아니 강문오답했다. 그러니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까마귀 노는 골에 백조(아니 백로)야 가지 마라, 고 일찍이 선현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