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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할리우드영화와 전면전 선포
정재혁 2006-06-14

우고 차베스 대통령, “미국의 문화적 독점을 막기 위해서 노력할 것”

“할리우드의 독재를 막겠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6월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영화 스튜디오 ‘필름 빌라 파운데이션’의 오픈 행사에서 총 11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자국의 영화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세워진 스튜디오는 일종의 ‘영화종합타운’. 영화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그는 이번 스튜디오 건립과 관련해 “이는 베네수엘라의 문화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무기다. 미국의 문화적 독점을 막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스튜디오에서 제작될 첫 번째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의 국가적인 영웅 프란시스코 드 미란다를 소재로 한 영화. 그는 19세기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웠던 인물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할리우드식 영웅인 슈퍼맨은 거절하겠다. 우리의 영웅을 스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콜래트럴 데미지>

필름 빌라 파운데이션은 할리우드영화 속에 보이는 라틴아메리카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법 지대에서 갱들이 출몰하고, 마약이 자유롭게 유통되며, 식수로 하기엔 매우 위험한 물이 있는 곳. 차베스 대통령은 “이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은 매우 할리우드 중심적인 시선에서 비롯됐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콜래트럴 데미지>와 러셀 크로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에서 묘사된 콜롬비아가 그 예. 차베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건 완전한 할리우드의 독재다. 그들은 실제 우리의 전통과는 상관없는 잘못된 이미지와 메시지로 우리를 세뇌시킨다. 미국식 삶의 방식인 제국주의로 우리를 물들게 하고 있다”며 강한 반감을 표했다.

1998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00년 재선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은 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 그는 민간 기업의 국유화를 비롯해 세계 자본주의 흐름에 반대하는 정책들을 펴왔다. 최근에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이란을 ‘형제국’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설립된 <텔레수르>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금이 70% 넘게 투자된 TV채널. 라틴아메리카의 시선으로 뉴스를 제작한다는 취지의 이 채널은 쿠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서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채널이 차베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텔레수르>가 아닌 <텔레차베스>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