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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1)
2001-08-31

“이 모든 일이 과연 일어나긴 한 걸까?”

편집기사 월터 머치가 소설가 마이클 온다체에게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을 이야기하다

월터 머치는 할리우드의 진짜배기 괴짜다. 진정한 지식인이며, 영화 창작의 다채로운 폭풍 중심에 서 있는 지혜롭고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머치는 <청춘낙서> <도청> <대부> 시리즈와 <프라하의 봄> <잉글리시 페이션트> <리플리> 같은 영화에서 음향과 편집, 또는 둘 중 하나를 맡았다. 2년 전에는 오슨 웰스가 스튜디오에 보냈으나 무시된 58쪽짜리 메모에 기초해 <악의 손길>을 재편집했으며 `선(禪)과 편집 예술`이라는 주제를 다룬 <눈을 깜박이는 동안>(In the Blink of an Eye)이라는 제목의, 영화 만드는 이와 관객 못지않게 글쓰는 사람들과 독서가들의 관심도 끌 만한 책을 내기도 했다.

작가인 나는 한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의 마지막 2년은 편집에 투자된다는 사실을 터득한 바 있다. 책을 쓰기 위해 4, 5년을 어둠 속에서 보낼 수도 있지만 창조하고자 그토록 몸부림쳤던 대상의 형태를 파악하는 일은 그 다음부터다.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찍고나서 나는 픽션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물을 촬영하고 쓰는 데에 몇달, 또는 몇년을 보내고 나면, 그 내용에 형상을 부여해 거의 새로 발견된 스토리처럼 만드는 일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자는 종종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작품의 도덕적 톤과 목소리를 발견한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 제작의 주변부를 맴돌며 월터 머치를 지켜보는 동안 내가 목격한 일들은 ‘이거야말로 영화만들기 작업 중 문학 창작에 가장 근접한 일’이라고 부를 만했다.

2000년 봄, 머치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제안을 받아 본인이 1977년부터 79년까지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공동편집자로 참여했던 <지옥의 묵시록> 재편집에 들어갔다. 잃어버린 장면과 버려진 `패`들이 20년 묵은 창고에서 끄집어내져 재고 대상이 됐다. <지옥의 묵시록>은 영화계의 신화 속으로 걸어들어간 영화이며 미국인들의 무의식 일부다. 그러므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이제 `공공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클래식을 해체하고 재편한다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지옥의 묵시록>은 문화의 일부가 됐습니다”라고 머치는 말한다. “또한 그것은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이 작품이 문화를 건드린 만큼, 문화 역시 신비스러운 방식으로 이 영화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2000년의 <지옥의 묵시록>은 1979년의 물리적으로 똑같은 <지옥의 묵시록>과 아주 다른 작품입니다.”

새로운 <지옥의 묵시록>은 좀더 유머러스하다. 윌라드 대위(마틴 신)가 탄 초계정(哨戒艇)의 병사들은 그들이 통과하는 풍경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욱 가깝게 관련되고, 다가오는 상황에 좀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그들은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의 연설을 구경할 뿐 아니라 대꾸하고 조롱하고 심지어 대령의 `신성한` 서핑보드를 훔치기까지 한다. 에피소드들을 잇는 `다리`들을 재건함으로써 <지옥의 묵시록>은 응집력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코폴라와 머치는 사라진 세개의 긴 시퀀스를 복원했다. 플레이보이 모델들이 나오는 헬리콥터신과, 프랑스 고무농원의 귀기어린 장례식과 만찬, 그리고 러브신, 커츠가 건설한 요새에서 나오는 말론 브랜도의 추가장면들이 그것이다. “세상의 모든 편집실에서는 `영화를 얼마나 잘라도 말이 되나`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 시퀀스들은 바로 그 희생물들이었다”라고 머치는 말한다.

묵시록, 과거

마이클 온다체(이하 온다체): <지옥의 묵시록>에서 편집기사로서 당신이 해결해야 했던 문제의 하나는 이 영화의 에피소드 나열식 구성이었을 것 같다.

월터 머치(이하 머치): 그것은 이 특정한 괴물이 가진 성격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 점을 상쇄하는 요소로 강이 있다. 강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끌고 들어오는 막간극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앞쪽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물길 역할을 한다.

온다체: 주인공이 여행중에 발생하는 사건들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으로 엮인 탐험 장르(quest genre) 자체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윌라드는 그리 드라마틱한 주인공은 아니니까.

머치: 사실이다. 1979년 버전에서 윌라드는 대단원에서 커츠를 살해하기 전까지 완전히 소극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여행에서 그가 보인 행동 가운데 어떤 자극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 행동은 마주친 거룻배에서 총상을 입은 여인을 권총을 꺼내 절명시킨 일이 유일했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서 윌라드는 덜 수동적이다. 아주 약간이지만. 덧붙이자면, 나는 코폴라가 애초 하비 카이틀을 윌라드 역으로 캐스팅했다가 촬영 한달 뒤 마틴 신으로 교체한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신의 얼굴에는 개방성과 부드러움이 있어 관객은 그의 얼굴을 믿을 수 없는 전쟁의 반영을 비춰주는 거울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카이틀은 아마 암살자로서는 조금 더 그럴 듯했겠지만, 자신을 통해 제3의 것을 보여주기보다 자기 자체를 보여주는 배우에 가깝다. 코폴라가 처음의 방향을 고집했다면 아주 다른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한달의 촬영 뒤 그는 잠깐 멈춰서서 큰 변화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지 카이틀뿐 아니라 남은 프로덕션에 관련된 모든 작업에 대해서 말이다.

온다체: 놀랄 만한 오프닝 시퀀스는 윌라드를 우리에게 소개할 뿐 아니라 이 영화의 모든 측면을 감싸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프닝 시퀀스의 착안과 창조과정에 대한 말해줄 수 있나.

머치: 마틴 신을 캐스팅하고 나서 코폴라는 윌라드의 성격 가운데 마틴 신이 끌어낼 능력이 있는데도 그 자질들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접근 불가능하게 고립시키고 있는 모종의 분노와 연약함이 있음을 감지했다. 그래서 감독은 호텔방장면을 하나의 연기연습으로 설정했다. 코폴라는 오프닝장면을 서로 직각을 이루는 두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 리허설을 하되 마치 향을 피우듯 카메라를 돌리고 필름을 쓰면서 진행하는 방식은 코폴라가 전에도 이용했던 테크닉이었다. 필름에 노출되면 사물들을 좀더 깊게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런 인간의 반응이고 이 장면이 어쩌면 완성된 영화에 포함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야기한다. 조건이 갖춰지고 운이 좋다면 이는 보통의 즉흥연기가 좀처럼 이뤄내지 못하는 내용을 배우의 영혼과 정신 속에 생생히 새겨넣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원래 이 장면은 영화에 쓰일 예정이 없었지만, 호텔방장면에는 뭔가 도발적인, 오프닝 전체를 주변에 달라붙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 <지옥의 묵시록> Now and Then

▶ 오리지널 <지옥의 묵시록>의 제작기

▶ 영화사에 등재된 디렉터스 컷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1)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2)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