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3)
2001-08-31

“이 모든 일이 과연 일어나긴 한 걸까?”

새로운 장면들

온다체: 윌라드가 킬고어 대령의 서핑보드를 훔치고 보트로 뛰어들어가 어린아이처럼 웃어대는 새로운 장면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 여기서 윌라드는 사춘기 소년과 다를 바 없다. 전체 스토리를 통틀어 윌라드가 가장 행복한 대목이기도 한 이 장면은 우리가 품고 있는 윌라드라는 인물의 초상에서 다른 부분까지 흔들어놓는다.

머치: <니노치카>를 어떻게 홍보했던가? `그레타 가르보가 웃었다!`라는 카피였다.

온다체: 수상스키장면을 뒤쪽으로 옮기면서 흥분과 희열이 생겼다. 현실적인 필요가 충족되면서 좀더 강력한 느낌이 생겨난 것이다.

머치: 1979년판에서 수상스키장면은 킬고어 대령이 나오는 시퀀스들 전, 그러니까 훨씬 앞부분에 나온다. 우리는 <…리덕스>에서 이 신을 원래 시나리오가 배치한 자리, 플레이보이 바니 쇼 다음 순서로 옮겼다. 1979년 버전에는 `이 보트, 이 병사들은 이미 그리고 언제나 사납고 미쳐 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랜스가 수상스키 타는 장면이 보트의 병사들을 소개한 직후 나오기 때문이다. 새 편집판에서 관객은 승무원들이 태평스러우면서도 미쳐 있는 점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토리의 궤적이 그리는 호가 좀더 부드러워지면서 영화의 파편화된 인상이 줄어들게 됐다. 이제 보트의 병사들은 킬고어의 광기에서 살아남아 정글의 호랑이로부터 도망쳐 플레이보이 쇼에 다다르는 것이다.

온다체: 부상자를 구출하는 헬리콥터 시퀀스도 추가됐다. 그 시퀀스는 영화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

머치: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윌라드가 아들에게 보내는 커츠의 편지를 읽을 때 보트가 불타는 헬리콥터를 지나고 주변 나무에 시체들이 걸려 있다. 그리고 구출 헬리콥터를 부르는 사령관의 무전소리를 듣는다. 새로운 편집본에서 사령관은 강 상류에 있는 헬리콥터 캠프에 미리 무전을 치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뭔가가 잘못됐다. 그래서 <…리덕스>에서 우리는 불타는 헬리콥터로부터, 보트가 헬리콥터 기지에 도착하는 새로운 신으로 디졸브했다. 윌라드는 보트에서 뛰어내려 기지 지휘관이 몇주 전 지뢰를 밟았고 후임자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군인들은 우왕좌왕하고 캠프 전체는 완벽한 혼란상태다. 이건 머치 여왕벌 없는 벌집의 형국이다. 또 플레이보이 버니 헬리콥터가 여기 착륙해 전장의 부상자와 사망자들을 수송하도록 징발당한 바 있지만 지금은 연료가 떨어져서 빌 그래함과 세명의 플레이보이 버니들이 진창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윌라드는 그래함과 협상해서 거래를 맺는다. 여자들과 몇 시간을 보내는 대신 2통의 디젤 연료를 주겠다는. 그리고는 주방장으로 불리는 병사와 그의 이상형 미스 12월(실은 미스 5월), 랜스와 올해의 플레이메이트 사이의 더블신이 이어진다. 우습고 섹시하고 특이한 시퀀스다. 문제는 윌라드와 빌 그래함이 흥정하는 장면을 찍어놓은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온다체: 그럼 없는 장면은 어떻게 처리했나.

머치: 생략법을 썼다. 윌라드가 텐트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초계정 병사들 사이의 드잡이장면과 교차편집했다. 관객이 키득거리고 야유하고 빗속에서 구르는 사춘기 사내아이들 같은 싸움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면 윌라드가 돌아와 거래의 내용을 발표하며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다.

온다체: 나로서 가장 주목한 추가분은 프랑스농원 시퀀스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정치성을 심화하는 동시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에 이 장면을 쓰지 않은 이유는.

머치: 아마도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어떻게 그 시퀀스에 진입하느냐였을 것이다. 하지만 더한 문제는 어떻게 빠져 나오느냐였다. 1978년에 이 문제는 우리를 정말 괴롭혔다. 구조적으로 이 시퀀스는 내용에 비해 너무 늦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의 베트남 개입에 관한 열정적이고 논리적인 토의는, 영화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광기에 물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화가 2/3 흘러간 뒤가 아니라 영화의 초반 1/3에 들어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코폴라는 이 시퀀스의 첫 부분을 재촬영했는데, 영화에 나온 선창가는 태풍에 의해 파괴돼 있었으나 코폴라는 현장을 보더니 더 잘됐다, 폐허가 된 편이 좋다라고 말했다. 프랜시스는 이미 촬영단계부터 농원 사람들이 정말 실존 인물일 수 없다는 생각에 대해 응답하고 있다. 어디서 생필품을 보급받으며 어떻게 이 장소에 들어왔다 나갔는지 어떻게 고무를 내다팔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질문들 말이다. 그러나 끝낼 방법이 없었다. 시퀀스의 엔딩은 망가지기 전 선창가에서 단 한번 촬영됐다. 원판 편집 당시 프랑스농원 부분의 작업을 하지 않았고 촬영분도 다 보지 못했던 나는 그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자료들을 보았다. 그중 윌라드와 오로레 클레망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는 침대 밖으로 나와 옷을 벗고 모기장을 침대 주변에 드리운 다음 모기장 그물을 통해 윌라드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는 그물 너머 그녀를 끌어당겨 사랑을 나눈다. 나는 모기장에 여자의 실루엣이 비친 프레임을 캡처해서 지켜보다 생각했다. `그녀는 마치 유령같이 보이는군.` 그리고 우리가 만약 농원 부분을 클린(로렌스 피시번)의 죽음 다음으로 넣을 수 있다면, 보트를 안개 속에 들여보내 한참을 흘러가게 한다면 프랑스농원은 안개 속에서 무너진 상태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며 안개 속에서 유령 같은 존재도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나면 시퀀스는 코폴라의 표현을 따르자면 브뉘엘적인 부조리한 분위기가 감도는 저녁식사 토론으로, 다시 윌라드와 오로레 클레망의 캐릭터가 아편을 피우며 섹스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여자가 유령 같은 실루엣을 모기장 반대편에 비치게 된다. 그러면 영화는 다시 안개 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안개가 영화 속에 진입해 그 이미지를 이어받고 관객은 우윳빛으로 하얗게 된 배경 위를 배회하면서 여성의 실루엣에 젖은 채 남는다. 우리는 침실신을 윌라드가 모기장을 통해 여자를 끌어안기 직전에 끝냈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몸을 그물을 통해 끌어안는 순간의 이미지로 말이다. 그것은 무척 관능적인 이미지지만 그 무렵이면 여자는 이미 비물리적인 존재로 변해 있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보트로 돌아온다. 이 모든 일이 과연 일어나긴 한 걸까? 혹시 꿈은 아니었을까? 그들은 혹시 25년 전에 농원 사람들이 살았던, 영적인 힘의 장을 통과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클린이 죽은 직후 그의 시신도 이 유령 같은 장소에 묻혔다. 농원의 프랑스인들 역시 죽음과 유령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기 묻힌 게 아닐까?

온다체: 콘래드의 소설에서 말로우(원작소설에서 윌라드 캐릭터의 이름)와 커츠가 만났을 때 나누는 모럴에 관한 토론은 결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말로우가 커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벌인 싸움에 관해 이야기한 섬뜩한 한 문단이 나올 뿐이다. 영화의 피날레에는 영화의 다른 부분이 담고 있는 위험과 명징함이 없는 대신 내가 완벽하게 납득하지 못한 신비적 요소가 있었다. 재편집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발견한 자료가 많았나.

머치: 각각 20분, 25분에 달하는 말론 브랜도의 독백 두개가 있었다.

온다체: 그건 즉흥연기였나.

머치: 브랜도가 어떤 텍스트도 암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즉흥연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도와 코폴라는 그가 이야기할 내용에 대해서는 상의했다. `면도날 위의 달팽이`에 관한 대사와 소아마비 주사를 맞은 아이들의 팔에 대한 대사들은 첫 번째 모놀로그에서 나온 것이다. 두 번째 모놀로그에서 영화 속에 살아남은 것은 `공포… 공포`라고 되뇌는 부분뿐이다.

온다체: 나는 결말부의 말론 브랜도 시퀀스가 너무나 어두침침하고 추상적이라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머치: 우리가 추가한 또다른 장면은 잘린 팔들의 목격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에 나오는 브랜도의 대사들이다. 윌라드가 감금돼 탈진하는 일련의 장면 중 마지막 대목이다. 땡볕에 내놓은 철제 컨테이너 안에서 구워지다시피한 윌라드에게, 행복한 부처마냥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커츠는 <타임>에 실린 베트남전쟁의 전망에 대한 세개의 짧은 글을 읽어준다. 기사에 대해 조금 역설적인 코멘트를 단 다음 그는 `이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다. 도망치려 하지 마라. 그러면 총을 맞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윌라드는 일어서려 하다 쓰러지고 곧이어 사원 안으로 옮겨진다. 윌라드를 `고문`하는 과정의 끝은 영화 속에서 이런 식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관객은 비로소 햇빛 속에서 브랜도의 전신을 본다. 그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단단하게 통합된, 아이러니와 권위의 존재다.

* 이상은 2002년 미국 크노프(Knopf)출판사와 영국의 블룸즈버리출판사에서 발간 예정인 온다체와 머치의 인터뷰집 <대화: 월터 머치와 영화의 편집>에 실릴 마이클 온다체의 원고로 <필름 코멘트> 2001년 5·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씨네21>과 <필름 코멘트>는 기사제휴 관계에 있습니다

마이클 온다체/소설가.<잉글리시 페이션트> <아닐의 유령>

▶ <지옥의 묵시록> Now and Then

▶ 오리지널 <지옥의 묵시록>의 제작기

▶ 영화사에 등재된 디렉터스 컷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1)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2)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