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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 <살아가는 나날들>

EBS 7월2일(일) 오후 1시50분

처음에는 그저 또 한편의 가족주의영화이겠거니 했다. 비록 돈이 없어도 성실하게 가족을 건사하는 남편과 묵묵히 그를 따르는 아내. 게다가 강가의 넓은 옥수수밭과 소와 염소가 자라는 농장이 배경이다. 이건 전형적인 평화로운 미국식 농가의 풍경 아닌가. 그런데 영화가 전개될수록 이야기는 격렬해진다. 이 영화는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투쟁을 그리고 있다. 그 싸움이 마음을 울리는 건, 우리는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지극히 소박한 꿈을 소박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농장을 근근이 꾸려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 톰(멜 깁슨)과 메이(시시 스페이섹)는 댐을 막아 수로를 건설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마을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는다. 땅을 떠날 수 없는 탐과 메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저항해보지만, 그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간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부들은 제철 공장의 일용직을 선택하고, 그것은 또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 언제나 그렇듯, 자본가들은 구경하며 이득을 얻고 동일한 처지의 노동자들간에는 원치 않은 대립이 생긴다. 생존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착취해야 하는 연쇄사슬 속에 갇히기 전에, 농부들은 현명하게도 흙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들의 귀환은 더욱 고통스러운 생존투쟁을 예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 동요되는 지점은 물론, 영화의 후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폭우 속에서 농지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둑을 쌓는 절박한 움직임일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잊혀지지 않는 것은 불꽃 튀는 제철 공장에 갑자기 뛰어든 사슴 한 마리의 존재다. 사슴은 공장 한가운데를 철없이 거닐다 노동자들에게 포위되어 청명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사슴의 그 응시는 공장의 소음과 시간을 멈춘다. 적어도 그렇게 느껴진다. 노동자들의 표정은 잠시나마 살아난다. 그들의 눈빛에는 무언지 모를 아픔과 부끄러움이 서린다. 이처럼 <살아가는 나날들>에는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명징하고 통찰력있게 포착해낸 빛나는 장면들이 있다.

감독 마크 라이델은 평범한 가족드라마에서 시작하여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을 무리없이 아우르고 있다. 우디 앨런의 <헐리우드 엔딩>을 비롯한 여러 영화의 단역배우였던 그는 캐서린 헵번, 제인 폰다, 헨리 폰다 주연의 <황금연못>으로 제39회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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