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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없는 음악을 꿈꾸는 일본 소녀의 야심, <Ultra Blue>
박혜명 2006-07-07

우타다 히카루가 돌아왔다. 열여섯살의 나이로 데뷔한 이래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해오고 있는 천재 소녀. 데뷔앨범 <First Love>(1999)로 현재까지 87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우고 역대 일본 음반계 판매순위 1위 기록을 보유한 스타. 이견의 여지없이 J팝계의 신화로 남게 될 존재 우타다 히카루가 정규 3집 <Deep River>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J팝계에 R&B 시대를 열어젖힌 천재 뮤지션의 독보적인 음악적 행보를 반영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과감한 믹싱 스타일, 댄스곡과 발라드곡을 모두 지배하는 힘있는 록비트, 우타다 특유의 멜로디 라인을 종종 비껴나는 생소한 코드 진행까지 <Ultra Blue>는 범세계적 음악을 지향하는 일본 뮤지션 우타다의 야심과도 같은 앨범이다. 초기 음악들에서 보여주었던 특징들, 즉 한번에 감겨드는 멜로디나 아기자기한 감성이나 대중적인 편곡 스타일은 4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녀에게서 이제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Ultra Blue>의 우타다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우타다는 2004년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발표됐던 영어앨범 <Exodus>다.

<Exodus>는 우타다가 일본 내에서 발표해온 음악들과 뚜렷이 다른 스타일을 지녔다. 굵직하면서도 요염한 멜로디, 화려한 사운드와 강해진 비트 등이 담긴 <Exodus>의 목표는 분명했다. 우타다를 아는 마니아가 아닌 미국의 대중. 거칠게 말하면 ‘마돈나의 우타다식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이 앨범은 평단의 인정과 함께 일본 내 100만장 판매고를 올린 다음 미국에서는 실패했다. 아시아 가수들에게 미국 음악신의 진출 장벽이 높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일본 정규 2집 <Distance>(2001)를 발매 첫주에 300만장 팔아치우고 일본 역대 초동판매량 신기록을 세웠으며 현재까지의 앨범 누적판매량이 3천만장을 넘는 그녀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뉴욕 출신에 오랜 미국 생활로 그 나라 문화가 몸에 밴 우타다임을 생각한다면 <Exodus>의 실패는 본인에게 적잖은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타다는 <Exodus>의 연장선상에 있는 신보를 덥석 내놓았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Automatic>과 <First Love>의 시절의 우타다를 떠올리며 그녀의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우타다는 한때 자신과 강한 라이벌 구도에 놓였던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와 완전히 다른 종자의 뮤지션이다. 일본식 R&B를 만들어놓고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일본에 없는 생소한 음악을 꿈꾸는 뮤지션이 우타다 히카루다. 스물세살.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한창의 미래가 놓일 나이에, 그녀는 참 많은 걸 이뤄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