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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서울에 관한 관찰기 여섯, <도시의 전설: 공간흐리기 전>
김유진 2006-07-07

쌈지스페이스의 국제교류전으로 베를린의 대안공간 쉰켈-프로그레시브 레지던시와 공동 주최한 <도시의 전설: 공간흐리기 전>은 서울에 관한 여섯 작가의 이야기이자 관찰기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한 국가와 사회의 역사를 담아내는 물리적인 공간이자 그 역사를 통해 형성된 사회에 대한 다층적 의미 기호로서 해석되는 중요한 텍스트가 되곤 한다. <도시의 전설: 공간흐리기 전>은 한국 작가 3인과 독일 작가 3인의 작업으로 현재 서울의 사회와 문화를 포착했다. 한국 작가의 작업으로는 이전 작처럼 ‘거대한 손’을 이용해, 상점과 간판의 이미지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영상으로 도시공간의 일상적인 변화에 주목한 박준범의 <The Occupation>, 단독주택 모델 안의 CC카메라를 통해 공간의 내부와 외부에 대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정정주의 작업이 있다. 여성의 이미지에 한국적인 음식 재료인 마늘, 파, 고춧가루 등으로 장식하여 광고이미지를 완성한 데비 한의 <부드러운 유혹>은 소비문화의 주체이면서도, 소비문화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광고 이미지로 다시금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변주했다. 전시를 위해 4월부터 쌈지 스튜디오에 입주, 서울에 관한 탐색을 시작했던 독일 작가들은 제3의 관찰자로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에 더 방점을 찍었다. 마리오 아세프는 서울에서 수집한 물건과 소리로 <사라진 오브제들의 작은 도시>를, 볼프 폰 크리스는 ‘풍수지리’설에 입각해 전시 공간 곳곳에 물, 불, 흙, 풀 등의 요소를 배치하는 공간작업을 선보였다. 베를린에서 철거된 빌딩 이미지를 빽빽한 서울 건물 풍경 사이에 붙여넣은 사진이나,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세운상가를 활용한 도시계획을 작업한 아냐 멩어의 작업들은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를 구성하는 건물, 공간에 대한 건축과 소멸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