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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다큐 월드컵’이 열린다, 제3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42개국 초청 83편의 다큐멘터리 상영

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7월10일 제3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 2006, www.eidf.org)이 일주일간 ‘다큐 월드컵’을 연다. 1주일간 정규방송을 접고 종일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는 EBS의 다큐 잔치는 7월10일부터 16일까지 ‘화해와 공존, 번영의 아시아’를 주제로 42개국에서 초청한 83편(국내 10편 포함)의 다큐멘터리로 채워진다. 오전과 오후의 유아 및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고 하루 15시간씩 모두 104시간 동안 방송한다. 또 전용상영관인 EBS 스페이스에서는 개막작 <반 누엔의 여정>을 시작으로 23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총 2만5천달러의 상금이 걸린 경쟁부문의 작품들은 매편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올해 처음 마련된 특별상영이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에서 열리며(무료 선착순 입장), 이곳에서 상영될,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거장인 존 알퍼트의 <파파>와 요아브 샤미르의 <5일간> 역시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웃 오브 바운드>

<피클스>

초청된 다큐멘터리들은 경쟁부문인 ‘EIDF 페스티벌 초이스’ 이외에 ‘EIDF 다큐멘터리 최전선’, ‘아시아 5개국 특별전’, ‘서구가 본 북한’, ‘아시안 디아스포라’, ‘나이듦에 대하여’, ‘다큐로 음악듣기’, ‘다큐로 스포츠 즐기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파를 탄다. 새로 선보이는 섹션 ‘EIDF 감독 회고전’의 첫 번째 손님은 <필리핀: 삶과 죽음, 그리고 혁명>(1985), <미국의 노숙자>(1987) 등으로 에미상을 12차례 수상한 미국의 존 알퍼트다. 1972년 ENG카메라로 쿠바를 취재해 ‘세계 최초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라는 명성을 얻은 존 알퍼트는 사담 후세인 단독 인터뷰를 비롯해 쿠바의 카스트로, 리비아의 카다피 등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한국을 찾아올 작품은 죽음을 여과하지 않고 다룬 <의료보장제도: 돈과 생명의 거래>(1977), 지속적인 코발트 흡입으로 폐가 망가진 노동자들을 다룬 <하드 메탈 증후군>(1988),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10년째 쇠잔한 육체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간 <파파>(2001), 총과 마상의 질주가 제거된 카우보이의 삶을 지켜본 <라스트 카우보이>(2005) 등 4편이다. 미디어 민주주의를 표방한 DCTV의 설립자이자 책임운영자이기도 한 존 알퍼트는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여해 ‘DCTV의 35년 역사: 민중적 다큐멘터리 제작론’을 강의할 예정이다. 이 마스터클래스에는 <아가노 강에 살다>로 야마가타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사토 마코토와 이스라엘의 신성 요아브 샤미르가 강의를 예약해두고 있다.

경쟁부문 심사는 그리스 테살로니키다큐멘터리영화제의 디미트리 에피드즈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사토 마코토 일본 교토 아트&디자인대 교수와 클레어 아귈라 미국 독립TV서비스 프로그램 국장, 요아브 샤미르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감독,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는다.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상영작 소개

파파 Papa/ 존 알퍼트/ 미국/ 2001년/ 88분 방송 7월12일(수) 오후 1시40분/ 상영 7월12일(수) 오후 7시30분 코엑스 아트홀 1972년 쿠바 취재를 시작으로 카스트로, 사담 후세인, 카다피 등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들을 인터뷰하거나 분쟁지역의 일선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존 알퍼트가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한 인간의 일상에 오래도록 파고든 후기 작품이다. 존 알퍼트가 조용히 카메라로 응시하는 대상은 자기 아버지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재즈 밴드 리더이면서 전투기 파일럿이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제대로 앉지도 걷지도 못하는 육신과 10년째 겨루고 있다. “무기력한 상태로 있기는 정말 싫다”면서 곧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암시를 아내와 아들에게 심심찮게 꺼내들지만 가족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어머니는 10년째 남편을 위한, 남편에 의한 ‘대기 인생’에 성실히 임하고는 있지만, 삶의 정리보다 삶의 애착에 자기 식으로 골몰하는 남편이 매우 못마땅하다. 78살의 나이에 젊은 물리치료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정을 나누는 남편에 대해선 오히려 연민을 느낀다. 노쇠한 육체가 죽음과 우울을 대처하는 방식에 관한 지극히 세밀한 풍경화다.

전장의 미소 Smiling in a Warzone/ 시몬 아베르그 케언, 마그누스 베흐마르/ 덴마크/ 2005년/ 78분 방송 7월13일(목) 오후 7시50분/ 상영 7월11일(화) 오후 5시 EBS 스페이스 덴마크의 예술가이자 여자 비행사인 시몬은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아프가니스탄의 16살 소녀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자동차용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40년이나 된 낡은 경비행기를 이끌고 아프가니스탄 카불까지 날아가기로 결심한다. 이는 언제 어떤 고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작은 비행기로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무차별적으로 벌이는 무력이 통제하는 하늘을 뚫고 날아가야 한다는 뜻이며,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로 약속되지 않은 방문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이 무모한 여행에 남자친구이자 촬영기사인 마그누스가 동행한다. 80일 동안 6000km 이상을 날아가면서 겪는 시몬의 이야기는 극영화 뺨치는 스펙터클한 드라마로 가득 차 있다. 미군의 비행허가를 받지 못해 격추될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을 때, 넉넉하지 않은 연료로 까마득히 높은 산맥을 넘어야 할 때, 차도르를 맞춰입고 카불의 소녀와 만나 마침내 함께 하늘에 오를 때 시몬은 낙관적이고 매력적인 여전사의 미소를 보여준다.

아이콘을 찾아서 Looking for an Icon/ 마이크 크리그스맨, 한스 풀/ 네덜란드/ 2005년/ 52분 방송 7월13일(목) 밤 12시15분/ 상영 7월13일(목) 오후 8시 EBS 스페이스 세계보도사진협회는 매년 ‘올해의 세계보도사진’ 한장을 뽑는다. 그 사진들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극적으로 웅변하는 상징물이 된다. 60년대 이후 역사적 상징물이 된 4장의 사진을 선택해 카메라에 담은 기자와 이들 사진으로 1면을 장식한 <뉴욕타임스>의 편집자, 올해의 보도사진으로 선정한 심사위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이 전하는 전후 상황과 진실을 새롭게 재구성해간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장군이 한 민간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즉결처형을 벌이는 순간, 중국 천안문 사태 때 흰 와이셔츠의 한 사내가 몰려오는 탱크들을 혈혈단신으로 저지하는 장면, 칠레에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했던 아옌데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대의 공격으로 죽기 직전 총을 들고 나가는 장면 등이다. 한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 분명한 ‘팩트’이지만 이것이 어떻게 전달되고 해석되는지에 따라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베트남 장군이 즉결처형하는 사진은 미국과 세계를 공분에 떨게 했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다른 기자의 증언은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 다큐는 사진의 상징 작용에 끼어드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철학적 분석으로 흥미롭게 내닫는다.

평범한 가족 An Ordinary Family/ 프레드릭 게르튼/ 스웨덴/ 2005년/ 58분 방송 7월12일(수) 새벽 1시45분 “내겐 마스터카드, 아멕스, 다이너스, 비자카드가 있었다. 나는 좋은 소비자였고 유럽과 남미, 북미를 여행했다….” 아르헨티나 정유회사의 중역이었던 오스카르는 사치를 즐기던 중상류층이었다. 2001년 12월 은행이 모든 계좌를 동결하며 나라가 사실상 파산에 이르자 그 역시 빈털터리가 된다. 마당은 채소밭으로 변하고 손수 공예품을 만들어 물물교환 시장에 나가 달걀과 토마토를 구해오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턱도 없이 높은 주택구입 대출금이다. 결국 그와 그의 가족은 집을 비롯한 모든 걸 청산하고 스페인으로 이민가기로 결정한다. 그곳에서 생계가 될 발마사지와 요리 등을 배우고 준비하지만 ‘종이 부족’으로 여권조차 만들기 힘들다는 상황이나 가족과 다름없던 애완견을 처분하는 과정의 연속은 이렇게 해서 과연 밝은 미래를 되찾을 수 있을지 회의에 빠지게 한다. 마침내 출국장, 친척들은 눈물로, 오스카르 딸의 남자친구는 무기력한 눈길로 이들을 떠나보낸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한 가족을 추적하는 이 다큐는 국가와 개인, 가족과 행복에 대한 질문들을 특별한 개입없이 차근차근 던지며 스페인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매듭을 짓는다. 이 가족은 결국 행복을 찾았을까?

반 누엔의 여정 The Journey of Vaan Nguyen/ 두키 드로르/ 이스라엘, 베트남/ 2005년/ 84분 방송 7월14일(금) 오후 1시40분/ 상영 7월10일(월) 오후 8시30분 EBS 스페이스 21살의 누엔은 베트남전 당시 보트피플의 한명으로 이스라엘에 망명한 아버지와 함께 고향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는 지주의 아들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할아버지는 독살당했고 아버지는 머리에 총을 겨누고 당장 떠나라는 누군가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짐 하나없이 이스라엘로 건너와 가족을 일궜다. 딸 누엔과 아버지 누엔의 귀향은 실은 쫓겨났던 땅으로 돌아가 넓디넓었던 땅을 되찾기 위한 탐색의 여정이다. 누엔은 당돌하게도 땅을 되찾아 그곳에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꿈을 꾼다. 하지만 옛 지주의 부녀는 그 땅에서 소박한 삶을 일구고 있는 이들을 다시 쫓아낼 권리가 없음을 확인할 뿐이다. 누군가는 문서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나란히 집을 짓고 사는 건 허락할 수 있다고 온정을 베푼다. 아버지에게 총을 겨눴던 ‘악당’은 직접 만나보니 “선량한 노인”이다. 아버지는 여전히 존재하는 공산주의자를 두려워하며, 누엔은 베트남에서의 자신은 관광객일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에서의 자신은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닫는다. 베트남의 시선이 아니면서 베트남의 시선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의 관점을 지닌 이 작품은 페스티벌의 개막작이다.

5일간 5Days/ 요아브 샤미르/ 이스라엘/ 2005년/ 94분 방송 7월10일(월) 오전 11시30분/ 상영 7월13일(목) 오후 7시30분 코엑스 아트홀 2005년 여름 이스라엘 군과 경찰은 가자 지구의 정착촌 철수 작전을 개시한다. 정착민들은 군과 경찰을 향해 ‘나치’라고 외치며 저항하고 또 저항한다. 그 5일간의 현장을 10대의 카메라로 생생히 담았다. 그러나 이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의 것이 아닌 유대인의 것이다. 투쟁과 절규가 넘쳐나지만 폭력이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라비의 지도 아래 자국 군인을 향해 격렬히 저항하지만 그들은 결국 어깨동무하고 눈물 흘리며 노래하는 사이인 것이다. 이 다큐는 샤론 총리의 정착촌 주민 철수 결정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양보라기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시키고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전략’이란 점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머더볼 Murderball/ 헨리 알렉스 루빈, 데이나 아담 샤피로/ 미국/ 2004년/ 88분 방송 7월16일(일) 오후 3시50분/상영 7월14일(금) 오후 3시 EBS 스페이스 머더볼은 척추 장애인들을 위해 캐나다에서 개발한 ‘휠체어 럭비’를 말한다. 미국팀 머더볼 대표선수인 마크는 엉망진창 취해버린 친구의 차를 탔다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지만 근육질로 무장한 단단한 몸과 알루미늄으로 조립한 탄탄한 휠체어로 강인한 정신을 자랑하기에 이른다. 그를 비롯한 미국 대표팀은 장애인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임을 거듭 증명하지만 미국 선수 출신인 조가 캐나다 대표팀의 감독으로 덜컥 가버리는 ‘배신’으로 위기를 맞는다. <머더볼>은 그 대결의 과정을 담고 있지만 척추가 망가지게 된 개개인의 사연과 그들이 어떻게 여자친구과 정상적인 성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지 등의 곡절을 현란한 편집 속에 세심하게 풀어놓는다.

지일 Geel/ 아르나우 하우벤/ 벨기에/ 2005년/ 82분 방송 7월16일(일) 오후 12시25분 “목을 베겠다고 난리칠 때마다 내가 어쩌는지 알아? 천장에서 칼을 꺼내줘. 그럼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가버리지. 가축을 도살하긴 해도 사람을 해치진 않아.” 만다의 말처럼 리온이 커다란 토끼를 향해 칼을 치켜든다. 놀라운 도살장면으로 시작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연민어린 삶의 단면들이다. ‘지일’ 마을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지역 주민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안식처를 이루도록 하는 곳이다. 환자들은 이곳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신병원으로 가야 한다. 지일 마을의 한나절을 여러 계절에 걸쳐 잡은 화면은 아름다운 풍경화의 연속이다. 환자들은 그 속에서 자기들 방식으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삶을 지속한다. 늙고 병들어서 혹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몸져눕거나 무덤으로 가지만 말이다.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 The Grace Lee Project/ 그레이스 리/ 미국/ 2005년/ 68분 방송 7월15일(토) 오후 3시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 미주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그레이스 리 감독은 LA로 이사한 뒤 자기와 이름이 똑같은 수많은 ‘그레이스 리’의 존재에 놀란다. 그가 더욱 놀란 것은 특정 국가를 초월해 아시아계 미국 여자의 대표적 이름이 된 그레이스 리에 대한 주변의 증언이 ‘조용하다’, ‘작다’, ‘친절하다’ 등 비슷한 이미지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배우 그레이스 켈리처럼 아름답고 부유하게 신분상승에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의 희망이 이름에 담긴 정체성의 핵심일까. 그레이스 리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그레이스 리를 만나기 시작한다.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운동가와 결혼했고 지금도 혼자서 소수자 운동을 펼치는 밝고 명랑한 할머니나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영혼이 들어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골룸을 특별히 좋아하는 예술가 소녀 등이 새로운 인식을 안겨주기 시작한다.

크리스 인 코리아 Chris in Korea/ 김새노/ 한국/ 2006년/ 46분 방송 7월16일(일) 오후 8시15분/상영 7월12일(수) 오후 6시30분 EBS 스페이스 프랑스 청년 크리스토퍼 루지는 크리스란 이름으로 3년째 한국에서 홀로 살고 있다. 한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거나 직접 영화를 제작해보려고 머무르는 중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방송 다큐멘터리가 일상적으로 끌어들이는 ‘친절한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있다. 크리스의 자디잔 일상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그것들은 왜, 어떤 맥락인지 굳이 설명되지 않으며 단지 보여질 뿐이다. 크리스처럼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 친구들과 어울려 창경궁에 놀러가고 술을 마시거나,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태원 동네를 배회하거나, 어정쩡한 연인처럼 보이는 한국 여자와 영화를 보거나, 홀로 명동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는 모습들이 스케치처럼 지나간다. 이방인의 서툰 한국말 사이로 모호한 고독감이 툭툭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