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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열린 공간
김소희(시민) 2006-07-07

나는 봤다. 들것에 실려 내리시는 회장님의 모자와 와이셔츠, 양복용 양말, 팔목시계까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어디 아픈지 아무도(아마 자신도) 모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날 때 수행원들이 홑이불을 재빨리 덮지 못한 관계로 보지 말아야 할 걸 봤다(사실 내가 아니라 방송 카메라가). 양복 상의는 구겨질까봐 벗고 누우신 모양이다. 치료차 바깥 병원에 줄곧 머무르던 그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잠깐 ‘들렀’다가 병원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파서 실려가는 사람이 그렇게 갖춰 입은 건 처음 본다. 대치동 은마상가의 정 회장님은 수년 전 그래도 휠체어에 앉아 진짜 환자처럼 굴던데. 대법원장의 기업비리 엄단 공언이 무색하게 ‘경제 악영향 우려’를 재판부에 안겨준 회장님은 홑이불 덮는 타이밍을 못 맞춘 거 빼고는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

대형비리사범들은 왜 하나같이 기소만 되면 중병에 걸릴까? 이건 질문의 의미를 상실한 자연법칙 같은 게 됐다. ‘급식 업체들은 왜 틈만 나면 사고를 칠까?’ ‘학교는 왜 직영을 안 하고 위탁급식을 할까?’ 같은 질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더 남겨먹으려고 하청 재하청 용쓰다 그런 거지. 호주에서 식품사범은 살인미수범에 버금가게 중벌에 처해진다던데(그래서 화장품, 약품, 군것질거리를 싹쓸이해오는 한국 여행객이 부쩍 늘었단다). 애들 수천명 잡고서 나온 당국의 대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안전처로 바꾼다는 거다. 또 음식재료 공급업을 신고업으로 전환한다는 거. 왜 신고업으로 ‘완화’하나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그동안 허가업이 아니라 자유업(사업자 등록만 하면 그 뒤론 말 그대로 내 맘대로 영업할 수 있는 업종)이었다. 나름대로 ‘강화’한 거다. 먹을 거 갖고 장난치는 이들에게 여전히 우리나라는 온갖 식중독균이 대형비리사범과 사이좋게 활개치는 열린 공간이다.

그나저나 식중독 한번 걸리면 머리 나빠진다거나, 식중독 발병률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논문만 나오면 애들 먹을거리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