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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프로그래머 이향구
장미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6-07-20

“다큐멘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되집어보라”

7월10일부터 6일간 EBS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숨찬 마라톤이 이어진다. 하루 15시간씩 총 104시간 동안 83편을 방영하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의 프로그래머는 모두 3명. 그중 막내는 이향구씨다. 12월 초부터 EIDF를 준비해온 그녀는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은 없지만,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정만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행사장을 뛰어다니느라 바쁜 그녀를 붙잡고, EIDF와 그녀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바쁜 것 같은데, 일은 재밌나. =프로그래밍 일이야 재밌다. 좋아하는 것을 하루 종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웃음)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접하고, 평소에 가졌던 작품에 대한 생각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재미없는 일도 많다. 몇 백편이나 되는 작품들의 정보를 직접 입력하고 관리하는 등 행정적인 측면의 일도 해야 하니까. 잡일들을 조금 떠맡긴 했지만, 그 대신 막내라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EIDF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게 된 계기는. =그전까지 외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영상물 제작과 관련된 일을 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는 분이 이쪽에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를 찾고 있다며 소개를 해주었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몇편의 작품을 접했나. =500편 정도다.

-많은 작품 중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BEST3’에 <반 누엔의 여정> <최후의 만찬>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를 선정했던데. =내가 주도적으로 만든 ‘아시안 디아스포라’ 섹션에 애착이 있다. <반 누엑의 여정>과 <그레이스 리…>는 거기에 포함된 작품이다. 이스라엘 여성이 베트남으로 가는 과정을 그린 <반 누엔의 여정>은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현장을 포착해내는 영상물이지만, 이 작품은 그걸 넘어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인물의 시각까지 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시아계 미국 여자이름인 ‘그레이스 리’를 관찰한 <그레이스 리…>는 나 자신이 동포이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사형수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최후의 만찬>은 창의력이 돋보이는 기발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재미있다.

-이번 일을 하며 아쉬움을 느꼈다면. =방송을 전제로 하다보니 원하는 작품을 못 트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들도 있었을 뿐 아니라, 제작사쪽에서 따끈따끈한 작품들은 방송으로 넘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IDF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을 본, 혹은 앞으로 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IDF는 우수한 작품들을 방송을 통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기회다. EIDF를 통해 시청자나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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