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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사항`을 조심해라
2001-09-06

컴퓨터가 일반적으로 보급되기 7∼8년 전 비디오대여점에서는 노트에 대여기록을 직접 적거나, 비디오 케이스 안쪽에 종이를 붙여 대여자를 기록하곤 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그런 시절이 있었다.

현재는 컴퓨터 대여 프로그램이 몇종으로 출시돼 상품화될 만큼 모든 대여점들이 컴퓨터를 기본으로 갖고 있다. 게다가 그 기능은 계속 업그레이드돼 고객 등록파일에 대여자가 본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해 사진을 찍는 기능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 프로그램 중 고객 파일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등이 있는데, ‘비고사항’이라는 코너는 고객의 특성을 대여점주가 주관적으로 기록해두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매일 오시는 분이니 잘 해드릴 것’, ‘액션만 보시는 분, 안 본 것으로 골라줄 것’, ‘예술가’, 혹은 ‘연체 주의 요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이 ‘비고사항2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내용 중 ‘도둑X, 대여금지’와 ‘연체가 많으니 절대 빌려주지 말 것’ 등이 있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고객은 대여점주와 불화가 있어 안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코너에 일종의 ‘분풀이’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개의 고객이 이 모니터를 직접 보면서 대여기록을 확인하기 때문에 대단히 주의하여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여점에서는 불상사가 없었지만, 다른 지역의 아는 대여점주는 어떤 고객의 비고사항에 ‘도둑X, 수상하니 조심할 것’이라 써놓았다가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각자가 가는 대여점의 ‘비고사항’에 나는 과연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