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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펼쳐지는 새싹들의 영화축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장미 2006-08-09

8월15일부터 5일간, 22개국에서 온 102편의 영화 상영

부산 바닷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축제가 벌어진다. 제1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BIKI)가 ‘바다의 아이, 영화에 첨벙’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8월15일부터 19일까지 해운대 메가박스를 비롯해 부산 MBC아트홀, 스펀지 이벤트홀 등지에서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을 본거지로 삼은 BIKI는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는 어린이 영상문화축제를 표방하며 올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참여, 나눔, 즐거움의 실현’을 목적으로 정한 것처럼 BIKI는 영화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영화를 감상하는 동시에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고 영화 창작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영화 상영과 함께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어린이를 비롯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 모두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자 한 BIKI의 면모는 세계 22개국에서 불러모은 102편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축제의 커튼을 젖히는 15일, <I Love Picnic>으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받는 한편 대한민국영상대전 특별상을 받기도 했던 임아론 감독의 <머그잔 여행>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기발한 상상력이 번뜩이는 <머그잔 여행>은 머그잔에 깃든 마법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베베의 모험담을 보여준다. 5일간의 일정을 접는 폐막식에서는 가난한 소년의 일상을 카니발의 노래, 춤과 함께 엮은 레오나디 리카니 감독의 <아디오스 모모>와 관객 투표를 통해 선정된 어린이 창작 영화가 상영된다. 15년간 단편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해온 레오나디 리카니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유니세프의 공익광고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어요>를 선보인 바 있다.

해운대 메가박스 5개관에서 상영되는 전체 프로그램은 개·폐막작, 비키 초청작, 동유럽애니메이션특별전, 네덜란드특별전, 영화읽기, 가족시네마, 세계인기애니메이션 그리고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로 구성된 레디액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울고, 웃고, 화내는 등 전세계 어린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작품들로 구성된 BIKI 초청작에서는 세 소년의 모험을 뒤좇는 마이클 스테이너 감독의 <내 이름은 오이겐>, 어른이 된 맥덜의 모습을 보여주는 샘슨 치우 감독의 <맥덜, 동창회>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밖에도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인 체코와 헝가리 출신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유럽애니메이션특별전, 유머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네덜란드영화들을 선보이는 네덜란드특별전, 박흥식 감독의 <사랑해 말순씨>를 포함해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을 작품들을 골라 담은 가족시네마,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블랙잭> 등 3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세계인기애니메이션도 마련돼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아낼 만한 각종 행사도 펼쳐진다. 대부분의 부대 행사가 진행되는 해운대 메가박스의 BIKI체험존에서는 자신만의 영상편지를 만들 수 있는 ‘영화 만들기 놀이관’, 카메라와 동영상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 놀이기구 체험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랜드호텔 세미나실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현재를 짚어보는 세미나가, 부산 MBC아트홀에서는 애니메이션과 국악이 어우러진 애니콘서트 <두비둥 덕이둥>이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bik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 추천작

<내 이름은 오이겐> Mein Name Ist Eugen 마이클 스테이너 | 2005년 | 스위스 | 100분 | 비키초청작

네 악동들, 오이겐, 프란즈, 에드워드, 바슈텔리는 모험가이자 악어 사냥꾼이던 프리츨리 뷰흘러를 찾아 길을 떠난다. 프란즈가 프리츨리 뷰흘러가 남긴 보물지도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것이 여행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프리츨리 뷰흘러와 함께 티티카카 호수로 가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겠다는 단순한 열망은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낳는다. 부모들의 추격을 요리조리 따돌리며 도망가는 가운데, 오이겐과 바슈텔리는 사나운 황소에게 쫓기는가 하면, 에드워드는 마을의 시계탑을 망가뜨리고, 프란즈는 난생처음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도 한다. 요란한 모험담도 눈길을 끌지만, 그 속에서 네 소년이 지닌 제각각의 특징을 세심하게 표현한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의리있는 오이겐과 악동 중의 악동 프란즈, 몸집이 크고 주먹이 단단한 에드워드, 그리고 조금 얄미운 성격의 부잣집 외동아들 바슈텔리. 네 소년은 티티카카 호수에는 발도 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 올라타지만, 차창 밖을 바라보는 미소 띤 얼굴에서 그들이 추억이라는 가장 달콤한 보물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호러 버스> Horror Bus 피터 쿠이퍼스 | 2005년 | 네덜란드 | 100분 | 네덜란드특별전

사춘기 소년 오노발은 이제 막 사랑에 빠졌다. 아름다운 금발머리 소녀, 리서노어를 위해 시까지 지을 정도다. 자유방임적인 미술가 어머니와 철없는 음악가 아버지를 둔 오노발은 글솜씨가 뛰어난 문학 소년. 하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소년답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해 리서노어를 짝사랑하는 골목대장 지노가 놀리고 괴롭혀도 도망치기만 한다. 이로 인해 리서노어로부터 “겁쟁이”라는 말을 들은 오노발은 리서노어가 지노와 뽀뽀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지노에게 복수하기 위해 ‘호러 버스’라는 잔인한 소설을 휘갈겨쓴다. 전반부가 까마귀, 흰고양이, 악마 등의 소재를 간간이 드러내며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오노발이 쓴 소설이 현실화돼 나타나는 후반부부터는 호러물의 색채가 한층 강해진다. 리서노어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은 오노발은 악마 펠루치와 싸움을 벌이고, 마침내 소심한 문학 소년에서 영웅으로 거듭난다. 일종의 성장담인 이 영화는 오노발이 리서노어의 사랑을 얻고 부모님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화해의 과정 속에 비명을 자아내는 섬뜩한 공포의 요소를 재치있게 배치한 것이 큰 매력이다.

<니타보> 仁太坊 니시자와 아키오 | 2003년 | 일본 | 100분 | 세계인기애니메이션

제11회 리옹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2006년 시카프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니시자와 아키오 감독의 첫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 가즈오 다이조가 쓴 <니타보의 일생>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19세기 중반 일본. 카바리 지역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니타보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열병을 앓아 시력을 잃은 니타보는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하나 남은 피붙이인 아버지마저 떠나보내고 만다. 그 뒤로도 고통과 시련이 끊이지 않지만, 니타보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음악을 향한 집념을 안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샤미센 연주가 니타보의 삶을 뒤좇는 이 애니메이션은 득음을 한 니타보가 타와라보라는 천재 음악가와 연주 대결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모여든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치는 순간,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박하지만 절절한 진심이 가슴에 와닿는다.

<아빠가 필요해> 장형윤 | 2005년 | 한국 | 10분

딩동딩동. 위대한 소설을 쓰려는 야망을 지닌 늑대의 집에 누군가 찾아온다. 문을 열어보니 한 여자와 작은 소녀가 서 있다. “영희야, 네 아빠야”라는 말과 따귀 두대를 날리며 여자는 사라지고, 이때부터 늑대는 여자가 남기고 간 영희라는 소녀를 맡아 기른다. ‘이 늑대가 진짜 영희의 아빠일까’라는 의문은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것은 늑대와 소녀가 겪는 일상의 삶이다. 영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 늑대는 그 대신 밤중에 영희를 화장실에 데려다주거나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영희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부성(父性)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삶보다도 문학이 더 중요한 것일까. 어쩌면 나는 영희의 진짜 아빠가 아닐까.” 새 직업을 얻은 늑대와 다정하게 그의 옆에 앉은 영희의 모습을 그리며 10분가량의 영화는 끝이 나지만, 특이한 부녀관계를 다룬 이 영화의 여운은 그보다 훨씬 오래도록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