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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여, 외국어 대사 처리에 노련해져라

세련됐던 영화가 고등학생 연극을 볼 때처럼 어색해지는 순간

영화에 나오기만 하면 필자를 항상 불안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중국영화를 볼 때면 경찰이 등장할 때 불안해진다. 그 순간까지는 지적이던 영화가 중국 경찰력의 대단한 효과성에 대한 선전영화로 돌변한다(마치 경찰이 그 영화를 체포라도 하게 된 것처럼). 한국영화를 볼 때는 인물들이 영어로 말하기 시작하면 좌불안석이 된다. 세련된 최상급의 영화가 갑자기 고등학교 연극을 볼 때처럼 어색해지면서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 돼버린다. 영화에 대한 관람객의 믿음이 깨져버린다.

관건은 한국인들이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 외국어 대사가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들리지 않게 하면서 삽입하는 것은 스턴트맨을 쓰는 것과 비슷한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언어능력이 아니라 전략과 기법의 문제인 듯하다.

<괴물>

다뤄야 할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외국인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인 배우가 외국어로 대사를 외우게 하는 것이다. 전자가 훨씬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오겠지만, 적어도 이 문제의 해결은 상당히 간단한 편이다. 재능있는 배우들을 찾고, 세트장에 그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원어민을 두는 것이다. 세상은 가난한 영화학도들로 넘쳐나는데 분명 대규모 한국영화라면 뉴욕이나 LA에서 대사처리 지도를 맡아줄 젊은 감독을 데려올 만한 능력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해서 유감스럽지만 한국영화에 나오는 외국인 배우들의 80퍼센트 이상이 정말 너무 연기를 못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영화가 해외에 팔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괴물>은 이런 면에서 성공적인 반례다. 이 영화의 외국배우들은 연기를 꽤 잘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배우들이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말해야만 할 때다. 이 문제의 해결은 뻔할 것 같기도 하다. 1) 각본을 쓸 때 영어 대사 구성은 원어민에게 맡기는 것, 2) 배우에게 그 대사를 외우게 하고 실수없이 전달하는 것.

그러나 배우가 영어에 아주 능숙하지 않으면 이것은 종종 최악의 전략일 수도 있다. 최고급의 대사지도 감독이라 할지라도 초보자 수준의 배우를 원어민처럼 들리게 할 수는 없다(예로 <게이샤의 추억>을 참조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어민이 작성한 복잡한 문장이 초보자 수준의 배우 입에서 나오게 될 때다. 적합한 억양을 구사하긴커녕 낱말들조차도 겨우 발음하려고 애쓰는 배우가 완전하게 갖춰진 복잡한 문장들을 말하는 순간 모든 현실감은 깨져버린다. 배우의 실제 능력과 대사 자체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가장 큰 어색함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그런 비원어민 배우가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꽤 자연스럽게 들린다. 한국식 발음이 너무 강하지만 않으면 대사를 알아듣기 쉬울 것이다. 태국영화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는 일본 남자와 태국 여자가 언어를 섞어 쓰는 긴 대화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영어는 단순하고 문법적인 오류들로 가득하지만 아름답게 들린다. 그것은 살아 숨쉬는 대사로, 외국인이 하는 것 같이 들리는 것이다. 한국배우들도 영어대사를 외우는 대신 직접 자기 수준에 맞게 대사를 작성하거나 즉흥적으로 대사를 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릴 것이다.

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