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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화제작들
2001-09-07

거장의 영화가 유달리 줄어든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켄 로치(65)와 베르너 헤어초크(59)는 지명도 면에서 영화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 노릇을 한다.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빵과 장미> 등 90년대 들어서도 줄기차게 노동자의 편에 서온 영국의 켄 로치는 올해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58'에 <네비게이터>를, 파스빈더와 함께 70년대 독일 뉴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헤어초크는 또다른 경쟁부문 `현재의 영화'에 <인빈서블>을 각각 출품했다.

<네비게이터> 역시 노동자들의 얘기. 영국 남부 요크셔의 철도 회사가 분사를 감행하면서 정기적인 급여가 없이 일이 생길 때마다 일의 양만큼 급료를 주는 특별부서를 만든다. 이 부서에 온 노동자들은 회사에 남을지, 아니면 성과급 중심의 신자유주의적인 고용체제로 바뀌어버린 다른 회사로 옮겨갈지를 두고 방황한다. 변화한 노동여건 앞에 쩔쩔 매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블랙코미디로 다루면서, 그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상황을 표적으로 삼지만 여유있고 경쾌하다. 현지 반응도 좋아 <필름TV 데일리>의 평점으로 `베네치아 58' 경쟁작 20편중 5일까지 상영작 13편 가운데 세번째다.

실화를 다룬 <인빈서블>은 실험성이 높은 영화를 모았다는 `현재의 영화' 부문에 어울리지 않게 여겨질 만큼 어법이 평이했다. 헤어초크 영화중 가장 대중적으로 보이는 이 영화는 팀 로스가 출연하고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는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낮익은 인물들이 참여했다. 1930년대초 힘이 장사였던 폴란드의 유태인 대장장이가 베를린의 유흥업소로 불려간다. 이 업소는 히믈러 등 나치당 유력자들의 후원을 받는, 하누센이라는 인물이 경영하는 곳으로 하누센은 주인공에게 독일인 이름을 붙여주고 무대에서 힘자랑을 하게 한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하누센과 주인공, 두 캐릭터를 각기 다른 형태의 비극으로 몰고간다. 오랜만에 영화제에서 만난 헤어초크의 영화지만, <필름TV 데일리>의 평점은 평균을 밑돌았다.

베니스/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