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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 수집, 그 참을 수 없는 즐거움

기술은 변해도 영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변환은 우리 대부분의 생애 동안 일어났다. 레코드판을 경험한 적이 없더라도 VHS 비디오 테이프를 성급하게 되감기해본 신선한 기억은 있을 것이다. 마치 개인 영화제라도 되듯, VHS는 세계영화로 가는 출입문이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필자는 런던의 서로 다른 골목 구석에 있던 홍콩, 일본, 한국 비디오 가게에 회원가입을 했다. 그곳 모두 불법이었고 결국 지방정부에 의해 문을 닫게 되었다. 1984년 비디오녹화법은 값비싼 비용을 들여 등급 내지 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영화들의 대여와 판매를 금했다. 한국 비디오 가게는 런던 교외에 있는 슈퍼마켓의 뒷방에 숨겨져 가장 오랫동안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필자는 두개 대륙에 거쳐 캐비닛과 상자들에 담긴 수백장의 VHS 테이프를 갖고 있다. 친구 중엔 수천장에 달하는 컬렉션들 때문에 그들 아파트와 집에 매여 있는 이들도 있다. 그 컬렉션들의 내용은(그리고 그 존재 자체도) 영화와 텔레비전 유통의 역사적인 비효율성을 반영한다. 영화애호가로서, 영어자막이 있건 없건 전세계 어디에도 VHS로는 나오지 않는 유럽영화가 새벽 3시에 소규모 텔레비전 채널에서 방영될 때면 녹화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었다(많은 독자들이 같은 경험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가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케이블 방송에서 예기치 못했던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한번은 동료가 동대문 시장에서도 중고 테이프로 구할 수 없어서 20년 동안이나 기다렸던 안성기 출연의 블랙코미디가 방영된 새벽 4시에 자기를 깨우지 않았다고 호되게 비난한 적도 있었다).

레코드판과 VHS는 각각 CD와 DVD로 대체됐다. 그런데 만일 아날로그 매체가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단계였다 치면, 디지털 매체도 그저 보편적인 정보고로부터 다운로드로 가기 위한 또 다른 발판이다. 음악과 비디오 소유권의 개념도 기술(과 인간 본성)이 따라잡기 위해서 몇년 정도가 더 필요했기 때문에 생긴 역사적인 부수요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튜디오들은 파일 공유 네트워크를 열심히 사용하는 이들을 고소하는 대신, 그들을 컨설턴트로 고용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이유들로 아시아는 트렌드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대만에서 판매용 DVD는 결코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지 못했고,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브에나비스타는 대만 가정용 비디오 배급을 그만두고 있다. 저작권 도용이 비난받고 있지만 소비자들 또한 영화를 수집하는 일이 바보 같은 일임을 깨닫게 된 걸 수도 있다.

방금 말한 바보 같은 일을 한 자로서 말을 하지만, 본인은 다양한 포맷과 화면비율과 화질 때문에 같은 영화를 사고 또 샀다. 그것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수집하기 위해서다. 선반에 1천장의 DVD가 있다면 그것들을 모두 볼 필요는 없다(시간도 물론 없다). 아직까지는 분배되지 않은 두뇌엽과도 같은 것으로 충분하다. <매트릭스> 후기적인 것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즉 “내가 쿵후를 할 줄 아네”라고 했던 바로 그 혁명적 순간의 확장으로 말이다.

강건한 가정용 비디오 시장의 부재가 종종 한국영화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로 언급되곤 한다. 어떤 이들은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은 비디오 대여시장의 동시적 붕괴를 간과한 점 때문에 환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 도용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