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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영화의 비밀을 공개한다, CJ중국영화제
문석 2006-08-30

서울과 부산에서, 1930년대 무성영화부터 최근작까지 상영

여전히 만리장성의 높은 벽에 가려져 있는 중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9월1일부터 5일까지 서울 CGV용산, 9월4일부터 6일까지 부산 CGV서면에서 열리는 CJ중국영화제는 1930년대 무성영화부터 최근작까지 중국영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서는 2005년 홍콩의 금상장협회가 중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101명의 영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역대 중국어권 영화 베스트 100’에서 1위를 차지한 페이무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1948)을 비롯해 전설적인 배우 완령옥의 자태가 인상적인 <신녀>(1934), 제5세대 감독의 출현을 알린 첸카이거의 <황토지>(1984), 장이모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붉은 수수밭>(1987),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펑샤오강의 <갑방을방>(1997) 등이 상영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중국에서 방송과 영화를 관리하는 중국 광파전영전시총국(이하 광전총국)이 기획했다. CJ는 “광전총국이 한국과의 좀더 폭넓은 문화교류를 추진하고자 이번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밝힌다. 상영작은 광전총국과 베이징 나비픽처스, 포르티시모 등이 함께 선정했다. 또한 이번 영화제는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영화업계에도 일정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쪽의 시장 공략 움직임에 중국 당국은 ‘일방적인 개방이 아니라 상호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던 만큼 이번 행사는 장기적으로 한-중 영화교류에 청신호를 보낼 전망이다.

CJ중국영화제의 서울 행사 개·폐막작은 각각 루추안 감독의 <사라진 총>과 마리원 감독의 <우리 둘>이며, 부산 행사 개막작은 천이페이와 우쓰위엔의 <이발사>다. 또 행사 기간 중에는 <이발사>에 출연한 중국의 청춘스타 천쿤을 비롯해 현재 중국감독협회장인 황지엔신 감독, 루추안 감독, 마리원 감독 등이 찾을 예정이며 광전총국의 고위급 인사 또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cjcff.com)를 참고하면 된다.

주요 상영작 소개

<사라진 총> 尋槍(개막작) 2002년/90분/감독 루추안 산골 마을의 경찰관 마샨은 어느 날 잠에서 깨자 자신의 총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전날 있었던 동생의 결혼 피로연 자리에서 없어진 것으로 추정한 마샨은 동네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옛 애인이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온 마을의 경찰이 총출동해 사라진 총 찾기에 나서게 된다. 루추안 감독의 데뷔작인 <사라진 총>은 화려한 스타일과 재기발랄한 구성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과연 잃어버린 게 총뿐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6세대 이후 새로운 중국영화를 예감케 한다.

<신녀> 神女 1934년/109분/감독 우용강 전설적인 여배우 완령옥이 출연하는 영화다. 완령옥은 어린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상하이의 밤거리에 나가 몸을 파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는 우연히 만나게 된 불량배에게 붙들려 번 돈을 다 빼앗기는 신세가 된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른 집으로 이사가기도 하지만, 불량배는 그를 찾아내고 만다. 그는 불량배 몰래 돈을 모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만,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형들은 매춘부의 아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완령옥의 신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십자로> 十字街頭 1937년/106분/감독 션시링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실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업자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자오는 미래의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 빈궁하게 살던 그는 마침내 한 신문사의 교열기자로 취직하게 된다. 그는 언젠가부터 전차 안에서 만난 미스 양과 눈인사를 하고 지내는데, 그녀는 그의 옆방에 살고 있지만 둘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오와 양은 애초 하나의 방을 둘로 쪼갠 작은 방에 사는 터라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스크루볼코미디의 요소도 품고 있는 <십자로>는 배고픈 젊은이들의 애절한 꿈을 담고 있는 청춘영화다.

<작은 마을의 봄> 小城之春 1948년/93분/감독 페이무 일제로부터의 해방 직후 중국인의 삶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영화. 작은 시골 마을에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 리옌의 친구인 장쯔천이 마을로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장쯔천은 한때 아내 위원의 연인이었기 때문. 성적으로 무능하고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남편에 대해 괴로워했던 위원은 설레는 마음을 품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눈에 띄게 가까워진다. 이들 세 사람의 사랑과 증오, 질투 등 감정을 미묘하게 묘사해내는 <작은 마을의 봄>은 2002년 티엔주앙주앙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임씨네 가게> 林家鋪 1959년/82분/감독 쉐이화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됐던 당대 영화들에 비해 문학적인 감수성이 다소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1931년 임씨네는 일본 물건을 파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 간신히 가게를 굴리지만, 라이벌 가게의 공세적인 전략과 전쟁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게다가 일본군이 상하이에 쳐들어오자 사람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자금난은 더욱 심해진다. 이 와중에 마을의 권력자는 임씨의 딸을 첩으로 들이게 해주면 돈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1983년 포르투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블랙 스노우> 本名年 1989년/100분/감독 시에페이 중국 4세대 감독 시에페이의 대표작 중 하나다. 감화원에서 나온 혜천은 팍팍한 현실을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싸움을 잘하는 그를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그러던 혜천은 한 가수를 흠모하게 되지만, 그녀는 가진 것 없는 혜천과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성실하게 살아가려던 그는 갈수록 타락의 세계로 한발씩 들여놓게 된다.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한 거리를 리얼리즘 양식으로 묘사한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고 백화장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혜천 역을 연기한 장원 감독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재미다.

<이발사> 理髮師 2006년/97분/감독 천이페이, 우쓰위엔 한 이발사의 고난의 인생역정을 그리는 최신작이다. 루핑은 뛰어난 기술로 사람들의 머리를 매만지는 이발사다. 상하이에서 일하던 그는 한 여성을 겁탈하려던 일본군을 죽이고 아버지의 친구가 살고 있는 시골로 도피한다. 그는 거기서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지만, 그녀는 국민당 군대의 장군과 결혼할 몸이다. 허탈한 마음을 품고 전장으로 뛰어든 그는 강제로 일본군의 머리를 깎는 신세가 되지만, 해방이 된 뒤 장군의 후원으로 장교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는 일만 사랑하는 루핑은 계속 갈등을 겪게 된다. 중국의 꽃미남 배우 천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우리 둘> 我們倆(폐막작) 2005년/85분/감독 마리원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 샤오마는 머물 곳을 찾다가 괴팍한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의 문간방을 얻게 된다. 할머니의 삐딱한 성격과 샤오마의 고집은 사사건건 충돌을 불러일으키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두 사람은 어느새 친할머니와 손녀처럼 지낸다. 씩씩하고 당찬 샤오마, 무서운 인상 뒤에 따뜻한 내면을 품고 있는 할머니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 겨울에서 시작해 다음 겨울까지를 보여주는 안정된 촬영 또한 영화를 싱그럽게 해준다. 특히 할머니 역의 진야친은 82살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연기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