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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1]

둥글게 둥글게, 홍상수는 전진한다

홍상수의 영화는 점점 더 많은 선분과 꼭지점으로 이어진다. 이건 7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중래의 설명에 빚진 것이다. 한편으로, 그 인물 중래를 만든 홍상수가 언젠가는 단단하고 둥그런 ‘구형’에 영화적으로 이르고 싶다고 말한 것에 또한 빚진 것이다.

그 구형에 다다르는 길목에 지금 상투성이 있다. 제목도 <해변의 여인>이다. 이보다 더 어떻게 상투적일 수 있나. 그런데 홍상수는 그 뻔해 보이는 상투성이 도리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혹은 <강원도의 힘>이라는 비범한 제목을 선보였던 게 그다. 그런데 상투성은 지금 제목으로 있을 뿐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에 더 깊숙이 들어가 있다.

홍상수는 연애담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상투적인 것 중에 가장 널리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들 사이로 그가 뽑아내려는 세상의 실마리는 손에 잡는 순간 진실로 난처한 실체다. 그러면서도 그건 평범한, 그러나 번개 같은 일격이 아니라면 쉽게 파악하기 힘든 절실한 순화의 경험과 항상 공존한다. 이 모든 말이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에 빚지면서 할 수 있는 말이고,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의 경험치를 예상하며 할 수 있는 말이다. 서해안 신두리 해수욕장 어귀에 상투를 뚫고 철학이 솟아난다.

민감한 시선은 때로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온다. 그래서 영화계의 감상기를 일시 접고 소설가들이 말하는 홍상수의 영화를 듣고 싶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원작인 <낯선 여름>의 원작자이자, 홍상수 감독과 만났던 인상기를 언젠가 재미나게 써낸 적이 있던 구효서씨를 비롯하여, 소설 창작과 영화 창작 둘 모두의 열의에 젖어 있는 <고래>의 천명관씨,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날마다 극장을 나서기 무섭게 술집으로 향한다는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정이현씨, 이 세명의 작가에게 감상기를 부탁했고, 각각의 색깔대로 흥미로운 글을 써주었다. 영화에 관해 묻는 작업은 영화평론가 변성찬씨가 해주었다. 4년 전 ‘홍상수론’을 제출하여 <씨네21>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그는 이번에는 평론 대신 질문을 들고 와, 홍상수 영화에서 변해가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이 쓰고, 영화가 물었다. 소설가가 쓰고 영화평론가가 물었다. 앞의 것이 1부라면, 뒤의 것은 2부다. 항상 1부와 2부가 크고 작은 형태의 대구를 이루거나 또 빠져나가는 것이 홍상수 영화의 한 특징이다. 이번 특집은 그렇게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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