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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의 매력, 책으로 만난다 [1]
이다혜 2006-09-22

법의학 관련책을 통해 알아보는 법의학 기초지식 FAQ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은 한국 과학수사의 현재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에서는 DNA 증폭기로 영아들의 어머니가 집주인의 아내임을 밝혀냈고, 올 상반기에만 3500여건(실험 분석 건수로는 1만2천여건)을 다뤄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을 해결해낸 과학수사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오랫동안 범죄수사의 ‘이미지’는 영감이 번뜩이는 뚝심있는 형사의 모험으로 인식돼왔다. <살인의 추억> 속 박두만(송강호)이 그랬듯, 심증이 가는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추궁해, 때로는 폭력에 가까운 수사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진범을 찾아내는 식의 이야기. 하지만 그 박두만의 육감을 흐트린 것은 바로 유전자 감식 결과였다. 아무리 털이 없는 범인을 찾고 비가 오는 날 라디오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는 남자 용의자를 찾아도 법의학적 증거 앞에서는 싸울 수 없다. 부연설명 없이도, 관객 모두 알아듣는다. 1913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법의학적 증거가 최초로 인정받은 이래 100여년이 지난 현재, DNA, 유전자 감식, 부검과 같은 단어들이 어느새 일상용어처럼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프로파일링> <살인의 현장> <죽은 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와 같은 법의학과 과학수사를 다룬 책들이 서점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원통함을 없게 하라>는 조선 법의학의 기본 지침서였던 <무원록>과 <신주무원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법의학을 다룬 책이다. 법의학에 관련된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스릴러 소설 법의관 스카페타 시리즈는 여덟 번째 이야기까지 총열여섯권이 나왔는데 앞으로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고, 법의학자 문국진은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를 비롯해 <미술과 범죄>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 <명화로 보는 인간의 고통> <명화로 보는 사건> 등 법의학적 관점과 회화를 연결한 책들을 줄줄이 쓰고 있다.

법의학 관련 서적들이 최근 들어 꾸준히 대중적 관심 속에 출간되는 것은 범죄수사의 이미지가 변한 것에서 주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게 다 <CSI> 덕이다. 평균 시청자 수가 2590만명에 이르며 곧 7시즌 시작을 앞둔 라스베이거스 시리즈에서 시작해 마이애미와 뉴욕의 스핀오프를 낳으며 순항 중인, 과학수사대원들 이야기를 다룬 범죄수사물. 오죽하면 ‘CSI 효과’라는 사회현상 용어가 있을 정도다. <CSI>가 인기를 끌면서, 배심원들은 과도하게 법의학 증거를 기대하고, 범죄자들은 철저하게 범죄 증거를 없애고, 범죄 피해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과학적 범죄 감식이 3일이면 된다는 환상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는 세계 20개국의 시청률을 비교한 결과 1위가 <CSI: 마이애미>라는 영국발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범죄수사에만 법의학이 쓰이는 것도 아니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남편들이 무분별한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고, 때로 잘못된 검사 결과 때문에 이혼에 이르는 일까지 생기자 올 봄 국회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CSI>는 스핀오프 말고도 여러 유사 드라마에 영향을 끼쳤다. <크로싱 조던>과 <본즈>는 법의학적 수사 방식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었고, 한국에서도 2005년 가을에는 조선시대 과학수사를 다룬 <별순검>이 방영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상반기 중 OCN을 통해 방영 예정인 설경구, 손예진 주연의 <에이전트 제로> 역시 과학적 수사방식에 중점을 둔 범죄수사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법의학 관련 서적들을 훑어보는 것은 이제 하나의 도시전설로 자리잡은 ‘CSI 효과’의 허와 실을 가리고 법의학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지면에서는 법의학과 관련된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FAQ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나가겠지만, 더 상세한 관련지식과 사진자료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앞서 말한 여러 법의학 관련 서적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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