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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순수했던 영화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향수
ibuti 2006-09-25

<나의 아름다운 단편>

1984년 서울의 서늘한 기억이 담긴 <태아의 안식>.

9월 말이면 한국영화아카데미 2007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영화를 꿈꾸는 누군가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을 게다. <나의 아름다운 단편>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간 사람들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리즈의 첫편이다. 첫 입학생인 오병철의 <태아의 안식>을 포함한 10편에는 작품별로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음성해설이 붙어 있다. 여러 면에서 미숙했던 시절의 작품이라 그런지 첫 작품을 다시 보는 그들은 대부분 “쑥스럽다, 아쉽다, 창피하다”라고 말하기 바쁘다. 그중 <사랑의 기술>의 류장하가 뱉는 한숨은 거의 자책에 가깝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때가 (당연하게도)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라 말한다. <고철을 위하여>의 음성해설 마지막에 허진호가 스치듯 “지금보다 더 영화를 사랑했던 때”라고 말하는 걸 듣는다면 누구라도 그 시절의 신선한 공기를 그리워할 것 같다. 반면 <태아의 안식>의 그것은 마음아프다. 작고한 오병철을 대신해 친구 김기석이 음성해설을 맡았는데, 그의 목소리와 함께 시대의 서늘함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작품별로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음성해설이라 전문적이고 세세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면 <잠시 멈춰 서서>를 보고 들어봐야 한다. 거의 20년 만에 영화를 다시 본다는 김태균은 그 감회와 함께 촬영·연기·녹음·편집·영화제 참가 등에 얽힌 에피소드를 실로 충실하게 들려준다. 음성해설을 듣다 놀라는 장면이 꽤 되는 건 이 DVD의 또 다른 매력이다. 승객으로 나오는 김소영,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는 허진호, 어눌한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이재용이 있는가 하면, 크레딧에서 영화음악가 조성우, 촬영감독 김형구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고, 안석환, 박광정, 김상중의 10여년 전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장의 DVD가 안겨주는 향수가 이 정도면 실로 대단한 것 아닌가 싶다.

<잠시 멈춰 서서>의 감독·주연을 겸해야만 했던 김태균. 그 사연은?

옛 시네하우스 앞길. <화이트 샌드>라는 영화를 이제 누가 기억할까.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한 <창백한 푸른 점>의 토끼에게 명복을.

<저수지의 개들>이 부럽지 않은 <고수부지의 개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