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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몬트리올을 공포로 몰아넣은 피의 수요일

시내 한복판서 일어난 영화보다 영화 같은 총기난사사건

캐나다 하면 떠오르는 단 하나의 단어. 평화로움. 면적에 비해 인구도 적을 뿐 아니라 폭력사건이 발생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몬트리올은 그중에서도 사건사고 없기로 유명한 곳인데 9월 13일 ‘피의 수요일’이라는 타이틀로 모든 신문과 뉴스를 장식한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시내 한복판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던 다슨 칼리지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문을 연 학교에 한 여학생이 등교하자마자 현장을 보고 그대로 기절했을 만큼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 일부 매체에서는 범인이 학생들을 향해 난사한 뒤 자살했다고 보도되었지만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 범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고 한다.

킴비어 길이라 밝혀진 범인은 고딕문화에 대한 웹사이트 vampirefreaks.com의 멤버로 자신을 죽음의 천사라 일컫고 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각종 언론에서 vampirefreaks.com을 범죄를 조장하는 사이트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언론이 자신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사건 이후에도 열심히 활동해주는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장례식은 지난 9월19일 열렸다. 그녀의 가족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장례식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또 다른 희생자들은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범인은 이미 죽고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그에 관해 밝혀진 사실이라고는 몬트리올 인근 출신이라는 것과 나이 정도다.

왜 총을 들어야 했으며, 어떤 과거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 자신만 알고 있는 채로 사건은 이미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 그가 게임광이라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물론 시청률을 의식한 언론이 재미를 더하기 위해 꾸며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점점 현실과 환상 사이의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며 현실이 영화가 되고 영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들이 더욱 빈번해진다는 사실이다. 이토록 조용한 몬트리올에서조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