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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노보는 살아 있다, 브라질 영화제

9월28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브라질 영화제

‘시네마 노보’(신 영화)의 나라 브라질은 세계영화의 역사에 한때 굵은 흔적을 새긴 남미의 대표적인 영화국가였다. 넬슨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 글라우버 로샤 등의 감독들은 60년대 군사정권의 통치와 검열에 맞서 싸우면서 브라질 고유의 민중문화를 강조한 ‘시네마 노보’를 창조했는데, 이 영화들은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에 대항하면서 영화적으로는 픽션, 다큐멘터리에 상관없이 할리우드영화의 ‘웰메이드’를 거부하며 한계적인 상황에서 ‘열대주의’나 ‘카니발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간의 원초적인 기쁨과 열망을 표현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노출과다 영상만큼이나 이들의 영화에는 이미지의 순박함이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브라질영화제’는 그런 낯선 영화와 만나는 기회다.

시네마 노보 대표작 <마꾸나이마>와 21세기 작품 5편 상영

총여섯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작품은 단연 조아킹 페드로 데 안드라데의 <마꾸나이마>(1969)다. 영화교과서에서나 접해봤을 법한 이 영화는 최근 복원되어(이 영화의 복원에는 영화감독의 딸이 직접 참여했는데, 영화제에 맞추어 한국을 방한할 예정이다)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영웅의 대서사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코미디까지 혹은 카니발리즘과 기이한 초현실주의가 복잡하게 뒤섞여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인디오 출신 어머니에게 흑인으로 태어난 마쿠나이마가 신비한 분수에 성령세례를 받은 뒤 백인으로 변해 도시를 떠돌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전개나 장면은 그런데 일반적인 영화규범으로 보자면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이를테면 마쿠나이마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십을 훌쩍 넘긴 것처럼 노숙하며, 그를 순산한 엄마는 명백하게 남자처럼 보이고, 백인에서 흑인으로, 또 흑인에서 백인으로 순식간에 인물들이 변신하기에 도대체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부르주아사회의 위계와 계급, 성차를 과격하게 전복하면서 공식적인 문화적 삶의 규칙과 제한에서 지극히 자유로운 이 영화는 또한 유머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전복적인 쾌감은 <주말>에서 고다르가 보여준 파격보다 더 강렬해 보일 정도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세계체제에 편입된 저발전의 브라질이 카니발적인 착취관계에 놓여 있음을 폭로한다.

<마꾸나이마>

<러브 무비>

나머지 다섯편의 영화는 2002년 이래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그러니까 21세기의 브라질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브라질 음악 팬이라면 핀란드 감독 미키 카우리스마키의 <브라질의 소리>(2002)와 미구엘 파리아의 <비니시우스>(2002)를 적극 추천한다. 브라질 전역을 돌아다니며 삼바, 보사노바, 랩, 펑크, 종교음악 등의 원류를 찾아나서는 로드무비 <브라질의 소리>와 보사노바 노래의 작사가에 관한 다큐멘터리 <비니시우스>는 브라질 문화와 예술인들에 관한 인간미 넘치는 영화다. 줄리오 브래사네의 <러브 무비>(2003)와 다니엘 필류의 <내가 당신이라면>(2005)과 조앙 미구엘의 <시네마, 아스피린 그리고 독수리>(2005)는 브라질의 새로운 영화적 흐름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는 영화들. 이들 영화는 에로틱하면서 초현실주의적인, 일상적이면서 마술적인 세계를 그리면서 사랑과 예술에 관한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젊은 작가들이 그려내는 브라질영화의 미래는 <시네마, 아스피린 그리고 독수리>에서 보이듯 사회·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희망찬 미래를 찾아나서는 모험과도 같아 보인다. 한때 세계를 풍미했던 ‘시네마 노보’의 후예들은 지금 모험과 위험을 통해 새로운 욕망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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