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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사촌네 집값 오르면 배 아픈 세상
김소희(시민) 2006-10-12

서른세살이 이대로 남자랑 잠도 못 자보고 애도 못 낳을까 걱정할 나이인가? 마흔셋이면 몰라도. 영화 <싱글즈>는 스물아홉,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서른둘, 고현정이 애도 못 낳을까 걱정하는 싱글녀로 나오는 요즘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는 서른셋…. 차츰 많아지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이른바 ‘노처녀’로 찍는 나이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그 덕에 삼십대 중반을 넘으면 일가친척들의 단골 질문 “결혼 안 하니?”가 쑥 들어가버리는 효과는 있지만(안도 마라. 마흔 넘으면 ‘재취 자리’ 소개가 줄을 잇는다). 누구네 자식이 시집장가 ‘못’ 갔다거나 이혼 ‘당’했다거나(왜 꼭 못 가고 당했다는 건지) 하는 얘기를 밀어내고 언제부턴가 명절날 화제는 ‘누구네 아파트가 얼마로 뛰었다’에 집중된다. 부동산 광풍은 명절 밥상머리까지 뒤흔든다.

분양원가 논란을 빚은 은평 뉴타운 대책의 하나로 서울시에서 앞으론 공공아파트에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분양부터 하고 거둔 돈으로 아파트를 짓는 선분양제였다. 경쟁이 붙은 동네일수록 분양가가 치솟고, 왜 비싼지도 모른 채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며 우우 몰려들고, 그래서 일대 집값까지 뛰어버리는, 소수의 당첨자를 위해 다수가 망가지는 그야말로 ‘승자 독식’이었다(십수년 전 이 ‘덩달이 대열’에 아버지가 합류하는 통에 학교에서 두 시간 걸리는 삭풍 부는 신도시에 살아봐서 좀 안다). 고심한 제도이나 문제는 집값이다. 후분양제라도 분양가가 낮아지리란 보장이 없고, 설사 낮아져도 집값이 오르면 최초 분양자가 시가 차액을 독차지하게 된다. 물론 대책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집은 내집이되 땅은 내땅이 아닌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제도가 있고, 공공 택지에 짓는 집에는 집없는 사람만 입주하게 하거나, 궁극적으론 토지 소유권과 개발권을 완전 분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모든 정책이 지금 당장 시행해도 한발 늦었다는 거다. 이렇게 된 데는 모두가 ‘집값 잡는 건 좋은데 내 집만 빼고’ 그랬으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