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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사건 진실은 숨었지만...
2001-09-13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을 다룬 일본영화 <아시안 블루>가 한국 시민단체에 의해 수입돼 스크린을 탄다. 광주시민연대는 이 영화를 제작사인 시네마워크로부터 무료로 들여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한다.

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일본은 한국에서 강제로 끌고온 강제노역자를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인 4천여명을 고국으로 데려다 준다며 우키시마 마루호에 태웠다. 그러나 이 배는 항로에서 벗어나 마이즈루만 근해로 향했고, 출항 이틀만에 그곳에서 원인모를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일본정부 발표로 594명이 숨진 이 사건에 대해 일본이 일부러 침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컸지만 일본 정부는 진상규명을 외면했다. 사건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92년 일본 교토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일본정부에 일부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 8월13일 선고돼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은 다시 한번 관심을 끌게 됐다.

영화 <아시안 블루>는 지난 95년 `교토건도 1200년 및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교토와 마이즈루, 시모키다 등 3개 지방의 시민단체가 모여 시네마워크와 공동으로 만든 영화다. 이들 단체는 시민들로부터 4천만엔을 모금해 제작비에 보탰고, 시민 4천여명이 무보수로 촬영현장에 참여해 군중장면을 찍었다. 전체 예산 3억원을 들여 만든 이 영화의 감독은 호리카와 히로미치(85)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낸 뒤 독립해 사회성이 강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제작과정이 그랬던 만큼, 영화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죄상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주인공은 징병을 거부해 강제노역장으로 끌려온 한 일본 지식인이다. 그는 작업중 사고를 당했을 때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은 뒤로 한국인들과 연대감을 형성해 간다. 한국인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가 징벌방에서 고초를 겪기도 한 그는 해방이 된 뒤 우키시마 마루호를 타려는 동료 한국인들을 말린다. 이 배의 목적이 아무래도 수상하다는 말을 일본인들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배를 타고 비극을 맞는다. 우키시마 마루호의 침몰과정을 직접 비추거나, 그 원인을 파헤치지는 않지만 이 사건이 의문투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아울러 일본인으로서의 죄책감을 떨치지 못해 가족을 버리고 마이즈루 지방을 떠돌며 늙어가는 주인공의 쓸쓸한 삶을 통해 당시 역사의 비극성을 부각시킨다. 연출이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진지한 시선이 울림을 가지고 다가온다.

광주시민연대는 몇년전부터 교류를 맺어온 교토 사회문화센터를 통해 이 영화를 알게 됐고, 마침 이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기를 희망해왔던 시네마워크쪽에서 무료로 필름을 건네줬다. 광주시민연대는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며, 극장 입구에 모금함을 마련해 모인 돈을 부산에 세울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 희생자 위령탑의 건립기급으로 쓸 방침이다. <아시안 블루>는 서울 이외에 광주 아세아극장에서 15~28일, 부산 민주공원 영화관에서 10월 5~15일에 상영된다. 또 10월중에 창원에서도 스크린을 탈 예정이다. 문의전화 서울 (02)773-7707, 광주 (062)226-2093.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