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1)
2001-09-14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관해 알고싶은 5가지 궁금증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영화계에서조차 ‘장선우가 감독하고 임은경이 주연한다’는 사실 정도 이외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그동안 영화의 실체를 보여주길 꺼려했다는 점뿐 아니라, 이 작품이 몇 마디로 설명해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막 비밀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성냥팔이…>에 관한 궁금증은 비단 아래 다섯 가지만이 아닐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있고, 그 뒤엔 CG가 있고, 사운드도 있다”는 장선우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완성돼감에 따라 궁금증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이 다섯개의 의문은 오히려 <성냥팔이…>에 대해 좀더 깊이있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질문1. 대체 무슨 얘기예요?

“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가득,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요, 아저씨 정말 성능 좋은 라이터에요.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 쾅, 쾅, 닫히는… 문들… 아저씨 추워요, 제발 하나만 사주세요, 로보트 같은 아저씨의 얼굴, 갈 길은 바쁘고, 아저씨 제발 하나만… 로보트의 입 주위가 찌그러지며, 이, 년, 정, 말, 끈, 질, 기, 군. 성냥팔이 소녀. 온몸이 얼어붙어…”(<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 중 일부, 김정구)

블록버스터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1998년 월간지 <키노>에 소개된 시 한편이었다. 이 잡지에 ‘지하창작집단 파적’의 김정구 감독이 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라는 시가 실렸는데, 이 시가 당시 <나쁜영화>를 끝내고 새 작품을 구상중이던 장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한 소녀가 서울의 한구석에서 라이터를 팔다 우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린 이 시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을 굳힌 그는 영화평론가 이정하씨에게 시나리오 초고를 맡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나리오가 ‘버전 1.0’이었다. 그리고 99년 <거짓말>을 끝낸 뒤 연출부, 김우형 촬영감독 등과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지난해 ‘버전 3.0’을 만들어냈다. “시나리오는 닫혀 있지 않습니다… 늘 확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구조입니다”라고 장 감독이 연출노트에 적었듯 <성냥팔이…>의 이야기는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바뀌고 있다.

이런 요소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냥팔이…>의 줄거리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성냥팔이…>는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무릇 있는 바 상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에 모든 상을 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라는 <금강경>의 구절로 시나리오가 시작하는 것처럼, 현실과 가상현실이나 판타지의 경계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진행되는 상황이 현실의 영역인지, 게임 내부의 가상현실 영역인지 좀처럼 알아내기 쉽지 않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는 난점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캐릭터들의 액션 위주로 영화를 읽는다면, 물론 이해는 좀더 쉬워진다. 영화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김정구씨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 즉 성소가 죽게 되는 부분까지가 1단계, 성소가 자신을 외면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폭발하는 부분이 2단계, 시스템에 납치된 성소를 구출하는 부분이 3단계에 해당한다.

주인공은 소심하기 그지없는 자장면 배달부 주(김현성). 그는 오락실에서 시간을 죽이며 동전교환 아르바이트생 희미(임은경)에 대한 막연한 짝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어느날부터 주는 희미가 거리에서 라이터를 파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이 꿈속이었는지, 게임 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주는 결국 ‘성소 재림’이라는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게임의 목적은 얼어죽을 위험에 처한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 것. 그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비단 ‘시스템’이라는 이 사이버 공간의 지배자만이 아니다. 양아치 조직인 오인조, 성소가 한때 사랑했던 가수 가준오를 살해한 오비련, 위선적이기만 한 갱생원 등이 성소를 노리고 있다.

주는 라라(진싱)와 방장(명계남) 등의 도움으로 성소를 구해내지만, 라이터 가스에 중독된 그녀는 끝내 숨지는 것처럼 보인다. 2단계는 성소가 주 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성소는 한 손에는 라이터 바구니, 다른 손에는 중화기를 들고, 라이터를 사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총알을 퍼붓는다. 사태를 파악한 시스템은 보위대에게 생포 명령을 내리지만, 성소는 부둣가의 한 발전소로 피신한다. 오랜 대치 끝에 성소가 보위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주는 그녀를 구하기 위한 일념으로 시스템 속으로 돌진하면서 3단계가 시작된다. 과연 주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시스템을 격파하고 성소를 구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UFO는 왜 날아오지?

질문2. 장선우식 액션이라고요?

"액션은 불안정 속에서 일어나는 것, 그런 거겠죠. 격렬한 불안, 격렬한 액션, 격렬한 분노, 무지, 탐욕… ‘탐(貪)·진(瞋)·치(癡)’, 세 가지 독. 그렇군요, 액션이란 어차피 독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말이죠. 하지만 때론 그게 약이기도 하지요. 삼독을 쓸어안고 삼독을 넘어가는 일. 액션의 아름다움은 거기에서 올지도 모릅니다.”(장선우)

<성냥팔이…>는, 굳이 장르적으로 구분하자면 액션 장르에 속하는 영화다. 영화의 133개 신 중 80% 정도가 캐릭터들이 총 쏘고, 갈기고, 붕붕 날고, 격투를 펼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흔하디 흔한 액션이라는 장르가 장선우라는 이름과 만날 때, 우리는 뭔가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매 작품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졌던, 십자가를 짊어지고 활활 타오르는 사회적 접점의 불구덩이로 뛰어들기를 자처했던 비판적 리얼리스트 장선우 감독이 액션영화라니.

연출노트에 스스로 적은 대로 그는 액션을 독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독을 통해 독을 넘어서는’ 길을 택했다. 물론 “나도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는 원초적인 이유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장 감독이 걸어온 영화 여정을 떠올려본다면, 같은 액션이라도 뭔가 다르긴 다를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액션은 구도(求道)의 또다른 이름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물에 빠졌다고 해보자. 자신과 인연이 있건 없건 다른 사람이 뛰어들어 그를 구출했을 때, 지나가던 누군가 ‘그거 다 부질없는 짓이야’라고 한다면 그건 미친놈 아닌가.” <화엄경> 이후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은 모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무애(無碍)의 세계를 설파한 그가 이번에는 득도의 길에 있어서 참선과 ‘액션’에 경계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액션은 한두 가지로 정리될 수 없을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다. 오인조나 갱생원파가 보여주는 마구잡이 액션, 이른바 ‘개싸움’, 보위대원 등이 등장하는 신에 보여줄 다큐멘터리풍 사실적 액션, 공중을 360도 회전하며 총을 쏘는 라라 등의 현란하고 유려한 액션, 후반부에서 주가 보여줄 고차원 액션 등 장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가 펼쳐진다. 액션의 종류에 따라 소품도 쇠파이프나 야구 방망이는 기본이고 권총, 기관총, 유탄 발사기, 벌컨포, 장갑차, 모터보트, 헬리콥터까지 동원된다.

그러나 “우박처럼 쏟아지는 포탄과 총탄을 뚫고 크레모어, 벌컨포, 장갑차… 무작정 밀고 들어갑니다. 앞유리는 박살난 지 오래… 차는 결국 찌글찌글 처박히고, 공중에 뜨고…” 같은 시나리오 내용을 화면 안에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특히나 액션연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장 감독이 이런 장면을 만들다보면 수년이 걸려도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제작비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홍콩 액션팀을 대거 영입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풍부한 경력을 가진 홍콩 액션팀이라 해도 ‘장선우식 액션’은 쉽지 않았다. 차례로 투입된 세명의 무술감독은 <첩혈쌍웅> <이연걸의 보디가드> <천녀유혼> 등에서 액션연출을 한 베테랑이었지만, 한글로 읽어도 난해하기 그지없는 시나리오를 보며 액션 콘티를 구성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백화점식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했다. 어떤 액션 스타일을 잡으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것으로 밀어붙이는 홍콩의 제작 분위기와는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 하지만 장 감독으로부터 전체적인 구상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들의 작업도 훨씬 수월해졌다.

영화가 공개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홍콩 액션팀이 구상한 액션에 장 감독이 원하는 바가 덧입혀진 탓에, <성냥팔이…>의 액션장면은 할리우드적이지도, 메이드 인 홍콩도 아닌, 매우 독특한 내음을 풍길 것 같다. 장선우 감독은 액션장면에 있어서도 할리우드, 홍콩, 한국의 경계를 없애려는 것인지 모른다.

▶ 출연진 100명, 스탭 100명이 협연하는 부산 촬영현장 스케치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관해 알고 싶은 5가지 궁금증 (1)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관해 알고 싶은 5가지 궁금증 (2)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대한 궁금증 - 출연진과 스탭은?

▶ 장선우 감독을 만나다 (1)

▶ 장선우 감독을 만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