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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2)
2001-09-14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관해 알고싶은 5가지 궁금증

질문3. TTL 소녀가 기관총을 쏜다고요?

““액션요?…(눈만 데굴데굴)… (미소만 짠-)… 남자애들하곤 다르게 어릴 적에 총을 갖고 논 적이 없어서 처음엔 되게 어색했는데, 실탄 사격연습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익숙해진 것 같아요. 기관총요? 그것도 별로… 팔이 뻐근하긴 해요. 총소리도 뭐…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총을 쏠 때 다른 사람들은 귀에 솜을 넣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평형감각이 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전 그냥 쏴요.”(임은경)

지난해 12월 <성냥팔이…>의 주연 성소 역으로 ‘TTL 소녀’ 임은경이 발탁됐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연기 경험이 일천하기 짝이 없는 열아홉 소녀가 과연 초대형 영화의 주인공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겠냐는 쪽과, 그동안 이정현, 정선경, 김태연 등 ‘생짜 신인’을 배우로 키워내는 데 비범함을 보여온 장 감독이니 믿어볼 만하다는 쪽이 팽팽한 논쟁을 펼쳤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어느 쪽의 예측이 맞았을까. 섣부른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일단 후자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이다. 현장에서 만난 장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표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성실하고 너무 착하다. 혼자서 많이 연구하고, 연기가 갈수록 좋아진다”는 말을 ‘접대성’으로 치부해버린다 하더라도 “너무 욕심이 많은 아이라서 그런지 헬리콥터에 매달리는 스턴트도 본인이 직접 하려고 하니, 애써 말리는 게 일이다”라는 이야기에서는 흐뭇함 같은 것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닌게아니라, 임은경은 <성냥팔이…>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영화 내적으로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영화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된 것도 그녀가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녀가 출연하지 않았던들 이토록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냥팔이…> 제작진이 흥행을 고려해 임은경을 캐스팅한 것은 아니다. 장선우 감독은 이미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성냥팔이 소녀로 그녀를 점찍었다. CF를 통해 그녀의 이미지를 보면서 장 감독은 “이 친구를 만나면 뭔가 재미있는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시나리오를 끝마치자마자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했다. 지난해 초 이같은 제의를 받은 임은경쪽은, 하지만 선뜻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광고주와의 전속계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처음 출연하는 영화를 잘 골라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동시에 출연제의를 받은 작품이 7편 더 있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임은경은 결국 그해가 저물 무렵, 8편 중 “가장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장 극적인 캐릭터라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던” <성냥팔이…>에 출연을 결정했다.

출연이 결정되자마자 그녀는 홍콩스탭과 함께 와이어액션, 무술, 사격 등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갔고, 그 성과는 이후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체력적으로 부치는 점을 제외하곤 액션연기를 당차게 소화해내고 있으니까. 임은경이 액션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데는 사전 캐릭터 분석도 한몫했다. 극중 성소는 현실공간에서는 오락실의 종업원일 뿐이지만 사이버공간 속에선 라이터를 파는 불쌍한 소녀였다가, 이내 세상에 대해 거칠게 분노를 표출하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무표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임은경은 <니키타> <제5원소> <레옹> <중경삼림> 등 도움이 될 만한 ‘참고서’들을 보며 성소 캐릭터를 연구했다. 물론 준비는 어디까지나 준비에 불과했다. 막상 촬영장에 들어왔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영화라는 시스템에 관해 잘 모르다보니 초반에는 장 감독으로부터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게다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보다는 커다란 설정만 던져주고 나머지를 연기자 스스로 메워가기 바라는 장 감독의 스타일로 미뤄볼 때 이 신인배우가 잘 적응했을 리 만무하다. 모니터에 나타난 자신의 연기를 보고 어떤 감정상태를 가져가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를 이제서야 서서히 깨닫고 있는 중이란다. 또 장 감독의 ‘자율 연기론’ 덕분에 스스로 고민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정말이지 촬영장의 임은경은 성소 캐릭터 그 자체처럼 보일 정도로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성소와 달리,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선 자기 내면을 터뜨려야 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질문4. 제작비는 얼마나 드나요?

“폭스가 <타이타닉>으로 상처를 받은 이유는 단순히 비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작비가 예산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어떤 스튜디오든 공황상태에 빠진다…. 2억2천만달러에서 2억4천만달러 사이의 비용이 들어간 <타이타닉>은 너무 길고, 너무 비싸고,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해 말까지 이 영화는 이미 1억34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림으로써 전세계 흥행수입 13억달러를 향한…”(<할리우드의 영화전략> 중에서)

<성냥팔이…>의 투자사 튜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70억원 플러스 알파다. 앞으로 남은 일정 속에서 어느 정도 제작비가 상승한다는 점과 대작에 맞는 대규모 마케팅 전략을 고려할 경우, <성냥팔이…>는 <용가리>를 제외하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총제작비 100억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단순하게 계산할 때, 전국 33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제작비 규모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당초 기획시대가 제시한 제작비 예산은 33억9천만원. 이 금액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투자사가 다시 산정해본 결과, 예산액은 56억원으로 늘어났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기간이 길어지고, 기타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순제작비는 64억으로 뛰어올랐고, 이내 70억원 플러스 알파까지 상승하게 됐다.

도대체 이 어마어마한 돈은 어디로 들어간 것일까? 70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간 비용은 전체의 29%인 20여억원, 프로덕션에는 65%인 46억원, 포스트 프로덕션에 6%인 4억여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출부문별로 나눠보면, 스탭들에 대한 인건비가 25억원 정도를 차지했고, 무기류에 든 돈이 10억원선, 배우에 든 비용이 5억원 정도, 촬영장비 비용 7억원, 경상비 13억원, 로케이션 비용이 약 10억원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 프로덕션에 비용에 많이 든 것은 촬영이 시작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홍콩 액션팀을 불러, 배우들에 대한 액션 연기연습을 한 데 따른 것. 전체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 뒤, 엄청난 분량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포스트 프로덕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스탭들에 대한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는 홍콩 액션팀의 개런티가 워낙 비싸다는 점이 크게 한몫했다. 무술감독과 스턴트맨을 포함, 17∼18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개런티는 모두 10억원 정도. 모두 홍콩 액션영화 전성기에 활약했고, 할리우드에서 맹활약중인 인물들이며, 상당량의 총기류를 가지고 들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적 시세보다는 매우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투자사는 주장한다. 또 100명이 넘는 스탭이 참여하고, 촬영기간이 예상보다 4개월가량 늘어나다보니 재계약을 통한 추가 부담액이 상당하다는 것. 경상비, 로케이션 비용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특히 부산에서 전체 촬영이 이뤄지다보니, 배우를 포함, 대부분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150여명에 이르는 제작진의 숙식료를 포함한 하루 체제비는 1천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물론 부산에서 촬영하는 이점도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적 번화가 중 하나인 부산 롯데백화점 앞길을 사흘간 막아준다거나 화력발전소를 촬영장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헬리콥터를 무상으로 대여한다거나 경찰 병력을 엑스트라로 동원하는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리저리 따져보면, <성냥팔이…>가 애먼 곳에 제작비를 탕진했다거나 ‘바가지’ 쓴 것은 아닌 듯하다. 워낙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볼거리로 가득한 영화이다보니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물론 제작기간을 줄이거나 좀더 효율적인 예산안을 구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은 한국식 블록버스터가 그만큼 걸음마 단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애초 예상보다 예산이 많이 늘어났지만, 블록버스터 단계로 진입하는 통과비용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무튼 튜브는 <성냥팔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름의 상처를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영화가 흥행면에서건 작품성면에서건 100억원의 값어치를 하느냐이다.

질문5. 그 영화, 올해 안으로 끝나긴 하나요?

“아휴, 추석 전까진 정말 끝내야죠. 근데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진짜 아니더라고. 하나 어긋나면 며칠 지연되고 하니까…촬영횟수? 몰라, 언제부턴가 촬영차수를 따지지 않더라고.”(장선우)

충무로에 나돌고 있는 ‘악성루머’ 중에는 당연히 <성냥팔이…>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내용은 “그 영화, 결국 끝내지 못한다며?” 같은 종류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제작사나 투자사가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이 소문은, 하지만 머지않아 사실이 아님이 증명될 듯하다. 현재 장 감독이 밝히고 있는 촬영종료 시기는 대략 9월 말 정도. 불가피한 장애가 나타나 늦어진다 해도 10월 초 정도면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앞으로 대형 액션신 몇개를 남기고 있다 해도 현재 공정률 85%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목표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물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는 없는 법. 성소를 둘러싼 루머의 뒤편에는 그 뿌리가 되는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1월 말 크랭크인한 이 영화가 당초 내건 촬영종료 시점은 6월 말. 하지만 제작비가 슬금슬금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처럼 얼마 뒤 크랭크업 시기는 8월 말로 조정됐다. <성냥팔이…>의 촬영이 결국 예상보다 4개월이나 늦어지게 된 데는 우선 블록버스터영화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제작진의 사전준비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장선우 감독으로서도 오랜만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한 프로젝트였기에 나름대로 철저하게 한다고 했던 사전준비였지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 프로젝트 앞에선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배우, 스탭은 기본이고 소품, 액션팀, 분장, 외부기관의 협조, 그리고 날씨 등 수많은 독립요소들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아예 촬영이 다음날로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론으로 꿰고 있다 한들, 막상 이같은 상황이 현실로 닥쳤을 때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문화된 프로듀서 여러 명이 현장을 나눠 책임을 지면서 효율성을 높인다는 시스템의 현대화는 이미 촬영이 7부 능선을 넘어선 뒤에야 절감하게 된 뒤늦은 대안이었다. 또 시간을 잡아먹는 데 앞장섰던 또 하나의 요소는 많을 때는 무려 7대까지 동원된 카메라 유니트였다. <성냥팔이…>는 좀더 생동감 있는 장면을 잡아내고, 재연이 불가능한 대형 액션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팀을 한꺼번에 운영했다. 웬만한 장면에서는 3대의 카메라가 돌아갔지만, 아주 커다란 규모의 신에서는 5∼7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한꺼번에 촬영했다. 그러다보니 카메라를 세팅하는 데만 꽤 시간을 잡아먹었고, 막상 설치해놓고 보면 저쪽 카메라가 이쪽 앵글에 들어온다는 식의 연쇄작용이 일어나 앵글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들였다. 편집과정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은 필름을 취사선택하고 이어붙여야 하므로 후반작업에서도 부담이 생길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점들이 ‘한국적 블록버스터’가 공히 겪고 있는 시행착오인데다, <화산고>처럼 더 오래 촬영한 경우가 있는데도 유독 이 영화에만 호사가들의 화살이 꽂힌 이유는 어쩌면 장선우 감독 그 자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워낙 세인의 이목을 끌 만한 일을 많이 ‘저질러온’ 그였기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뭔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아닌게아니라 사고는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잠적사건’이다. 그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내가 영화 중간에 접고 절로 간 적이 있었어. 하도 투자사가 제작비 갖고 허창경 프로듀서에게 압력을 주길래, 변호를 해주기 위해 투자사에 만나자고 연락을 했어. 근데 그쪽에서 연락이 안 오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된 것이었는데, 하여튼 그걸 오해해서 내가 좀 삐졌어. 그래서 영화 중단하자고 일방 통보하고 도망간 적이 한번 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그랬냐고? 며칠이죠, 지가 뛰면 어딜 뛰어….” 이 일로 촬영이 일주일 정도 지연되는 결과를 빚었지만, 충무로 일각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심각한 정도의 후유증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결국 9개월이라는 긴 촬영기간 안에는 대작영화의 시행착오와 장 감독의 유명세도 함께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이제 한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성냥팔이…>의 대장정도 마무리될 것이고, 호사가들의 시선도 다른 곳을 향하게 될 것이다.

글 문석 기자 ssoony@hani.co.kr·사진 손홍주 기자 lightson@hani.co.kr, 이혜정 기자 hyejung@hani.co.kr, 오계옥 기자 klara@hani.co.kr▶ 출연진 100명, 스탭 100명이 협연하는 부산 촬영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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