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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모험, <기이한 밤>
ibuti 2006-10-16

꽃다발을 던진 건 분명 꿈속의 여인인데 잠을 깬 남자의 머리맡에 그게 놓여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남자는 혼란스럽다. 마르셀 레르비에의 <기이한 밤>은 65년 전에 만들어진 기적이며, 도대체 영화가 진화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이한 밤>이 멈추지 않고 던지는, 영화와 환영에 관한 원초적이고 심오한 질문은 이렇다. ‘극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 마주하는 건 현실인가, 꿈인가. 꿈이 왜 현실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인가. 왜 인간은 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가.’ <기이한 밤>은 노동자로 일하는 철학도 드니가 꿈에서 만난 여인 이렌느와 보낸 하룻밤과 그 전후의 이야기다. 꿈에서도 음모와 모험은 있는 법이어서, 마법사는 아버지 노릇을 하며 이렌느의 유산을 노리고, 드니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신사도를 발휘한다. 더 흥미로운 건 현실의 인물이 꿈에 개입하면서부터다. 현실의 여자가 꿈에 등장해 두 사람의 관계를 방해하고, 드니의 꽁무니를 밟던 녀석이 마법사의 하수인이 되자 영화는 거의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에 이르지만, 드니는 독이 든 술을 쥐고서도 웃는다. 왜냐하면 여전히 꿈이라고 생각하니까, 깨어나면 현실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는 물론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기이한 밤>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가 현실로 귀환한 아침에 벌어진다. 아침 9시에 맞춰둔 자명종이 울리는 순간, 그는 현실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꿈속의 여인과 재회한다. 이렌느는 21살이 된 자신이 이제 자유롭게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며 그게 바로 드니라고 말한다. 모두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두 사람은 꿈의 세계로 향하고, 그들 뒤로 ‘사랑은 우리에게 일상의 꿈을 준다’는 속삭임이 나오며 영화는 끝난다. 그림자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깨달을 때까지 유령과 환영, 수수께끼와 마술, 아이러니와 광기, 죽음과 밤, 최면과 모험의 세계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기이한 밤>은 1920년대에 프랑스 인상주의를 이끌며 <엘도라도> <비인간> <돈> 같은 걸작 무성영화를 만든 레르비에가 나치 점령기에 발표한 작품이다. 영화의 환상성이 당시 관객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었을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영화의 질문이 현재에도 유효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필자를 연 이틀 극장으로 불러들인 <기이한 밤>의 DVD는 아쉽게도 현재 절판되어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그래서 필자 또한 빌려보고 리뷰를 썼다). 세상의 좋은 것은 이렇게 항상 빨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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