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나를 위해 절대 풀 수 없는 퍼즐을 만들었지” (1)
2001-09-14

창의적인 신세기 필름누아르 <메멘토>, 감독과의 두뇌게임 10문10답

“난 정말 바본가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메멘토>를 본 어느 네티즌의 한탄이다. 그러나 자학할 필요는 없다. <메멘토>는 누구에게나 짓궂은 퍼즐이다. 무방비 상태로 극장에 들어갔다가는 꼼짝없이 당한다. 기억손실증 환자가 자기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나서는 <메멘토>는 교묘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내 기억력도 손상된 게 아닌가, 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미국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한번만 봐라. 두번 보면 너무 많은 게 빤해진다”고 충고하지만, 관객의 체험담을 모아보면, 두번 봐도 모호한 게 남을 정도로 복잡한 퍼즐이다.

<메멘토>를 한번 보고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당신은 천재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들에 도전해서 자신의 천재성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두번 이상 보고서, 아 이제 알겠군, 하는 사람은 자신의 답이 맞는지 혹시 여기 마련된 답이 틀리지 않았는지 대조해보기 바란다. 아직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할 것 같다. 도전과 발견의 기쁨을 위해 그냥 건너뛰든가, 아니면 충분히 읽고난 뒤 극장에 가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남김없이 완벽하게 이해하든가.

편의상 세 등급으로 나눠서 질문을 만들었다. 답변은 영화를 두번 이상 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작성됐고, 이 영화의 자막을 번역하면서 다섯번 이상 본 조철현(씨네월드 상무)씨의 감수를 받았다.

본격적인 문답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왕초보 질문 하나. 이 영화의 구성은 도대체 어떻게 돼 있는 것인가. 이것만 알면 디테일은 다소 놓치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이 질문엔 한 네티즌(shbtlee)의 명쾌한 도식을 인용하는 게 좋겠다. 실제 사건이 진행되는 컬러 화면들을 대문자, 긴 통화로 이루어지는 흑백장면을 소문자로 표기하면, 영화의 구성은 E-a-D-b-C-c-B-d-e-A로 돼 있다. 이를 시간순서대로 재배치하면 a-b-c-d-e-A-B-C-D-E로 된다. 즉 시간순으로 보면 주인공과 누군가와의 긴 통화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는 것이다.

★ 초급 ★

1. 레너드의 부인은 언제, 어떻게 죽었나.

레너드의 아내는 강간사건 당시 죽지 않았다. 샤워커튼 아래서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그 증거. 사건 당시 아내는 살아남았지만, 레너드는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단기기억손실증에 걸렸다. 그래서 레너드의 기억 속에선 아내는 죽어 있는 것이다. 테디는 레너드의 아내를 죽인 건 레너드 자신이라고 말한다. 사인은 인슐린 과도 주사. 레너드가 장황하게 설명하는 ‘새미 젠키스’ 사례는 곧 레너드의 체험이다. 테디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 그렇다. 방증은 세 가지다. 하나는 레너드 자신이 아내의 허벅지를 꼬집어서 아내가 따끔해하던 걸 기억하는 장면. 사실 이건 레너드가 아내에게 주사를 놓았을 때의 기억을 왜곡한 것이다. 두 번째는 레너드가 기억하는 새미의 에피소드에서 새미의 아내가 새미를 시험하기 위해 시계바늘을 15분 전으로 되돌리는 장면. 새미는 2분 기억손실증 환자인데, 왜 15분인가. 그건 15분 기억손실증환자인 레너드의 체험이 중첩돼 기억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좀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아내를 죽인 뒤 보호시설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새미의 얼굴이, 아주 짧은 순간 레너드의 얼굴로 변화하는 것을 당신은 보았는가.

2. 레너드는 과연 복수를 한 것인가.

레너드는 이미 복수했다. 그것도 영화 속의 시간 전에. 테디가 그렇다고 말한다. 증거는 그뿐만이 아니다. 끝부분에 등장하는 회상장면엔 레너드가 아내를 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때 레너드의 상체엔 “난 해냈어”(I have done)이라는 큰 문신이 새겨져 있다. 복수를 완수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문신은 현재의 레너드에겐 없다. 스스로 지운 것이다. 테디의 말대로 레너드는 복수를 마치고도 복수의 귀신이 돼 세상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록의 12페이지를 없앤 것은 레너드 자신이다. “스스로를 위해 절대 풀 수 없는 퍼즐을 만들기 위해서”다. 12페이지엔 진범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었던 것이고, 복수 뒤에 그 페이지를 레너드는 찢어없앤 것이다.

3. 테디는 주인공의 친구인가 적인가.

본명은 존 에드워드 겜멜이나 ‘테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레너드에게 살해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테디는 주인공 레너드의 친구였다가 지금은 레너드를 이용해 돈을 챙기는 타락형사다. 그러나 레너드에 대한 연민은 아직 있다. 레너드는 테디에 대해 ‘이 자의 말을 믿지 마라’라고 메모를 해놓았지만, 이는 레너드가 끝없는 복수욕의 발로로 끼적여놓은 잘못된 진술이다. 테디는 그가 레너드에게 했던 말처럼, 레너드와 아내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다. 그는 영화의 사건 1년여 전 레너드의 말을 믿었고, 복수를 돕고자 사건 수사를 공식적으로는 종결한 채 범인을 그에게 일러주었다. 레너드는 그 자를 죽였으나 그의 복수욕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테디는 레너드를 이용해 돈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테디는 ‘어느 도시에나 흔한’, 마약 등 검은 돈과 관련된 ‘존 G’를 찾아 레너드에게 죽이게 하고 뒷돈을 챙겨왔다. ‘지미 그랜츠’ 건은 테디가 실패한 첫 작전인 셈이다. 그랜츠의 차 트렁크에 들어 있는 돈을 수중에 넣지 못한 채 또 하나의 ‘존 G’인 그는 레너드의 손에 죽고 만다.

▶ <메멘토>Q & A - 초급

▶ <메멘토>Q & A - 중급, 상급

▶ 크리스토퍼 놀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