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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가 되어 직접 경험하라”
2001-09-14

크리스토퍼 놀란 인터뷰

두 번째 장편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룬 놀란은 메이저의 눈에 들어 5천만달러짜리 영화 <불면증> 감독으로 기용됐다. 현재 후반작업에 매달려 있어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씨네21>의 서면 인터뷰 요청에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도 꽤 꼼꼼한 답변을 보내왔다.

<메멘토>는 처음엔 11개 극장에 걸렸다가 나중엔 500개 이상으로 확대됐고, 미국에서만 2천만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비평가들도 절찬했다. 이런 성공을 혹시 짐작이라도 했는가.

이 영화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을지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 처음 영화를 끝냈을 때 할리우드에서는 이 영화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어서 특히 즐겁다. 아마 기존의 영화들과 많이 다른 점이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한다. 관객도 수동적인 영화보기에 질려 있었다고 믿는다. 난 사람들이 <메멘토>를 보고 한번에 이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두번, 세번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기를 원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동생의 단편소설에서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켰나.

시카고에서 LA로 가는 차 안에서 동생이 아직 끝내지 않은 이야기의 컨셉을 얘기해줬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얘길 토대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도 되냐고 물어봤다. 동생은 초고에 초고를 거듭해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내가 편집을 끝낼 때도 쓰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아이디어를 같은 1인칭 시점으로 풀자고 동의했다. 나는 영화로, 동생은 단편 글로. 또한 아주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약속하고 기존의 틀에서 탈피해보자고 했다. 비록 관객이 한번에 머리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단선적인 이야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약간 탈피하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거꾸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러면 관객이 정말 레너드가 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한편 내 동생은 뒤로 가거나 순서대로 가는 대신 마구잡이로 순서를 뒤흔들었다. <메멘토> 홈페이지의 플래시 사이트랑 비슷한 개념이다.

<메멘토>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시간이 역순으로 배치된 이야기 구성이다. 관객은 매우 까다롭게 느낄 이런 구성은 어떻게 착안했나.

관객이 자신을 레너드와 동일시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레너드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난 언제나 감정이입에 흥미를 느껴왔다. 딴 사람의 입장과 상태를 이해하려는 그런 상대주의 같은 것 말이다. 영화는 관객이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사물을 보게 하는 훌륭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관객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획되었다. 레너드가 방에 들어가면, 관객도 그의 어깨 너머로 방을 보며 방을 주시하고 관찰하게 된다. 관객은 그렇게 항상 그의 시선의 선상에 있다. 그러나 관객은 동시에 그게 누군가가 의도한 숏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관객이 레너드의 입장이 되어 관찰하면서도 객관성이라는 환영을 갖게 만든다. 일종의 트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므로 관객은 그것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파워풀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난 사람들이 레너드의 관점에서 영화를 경험하길 원했고 그래서 영화의 구조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순서가 궁금하다. 혹시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시간순서대로 찍은 건 아닌가.

다른 영화와 같이 뒤섞인 순서로 찍었다. 시간순으로 찍지도 않았고 시나리오대로 찍지도 않았다. 배우와 촬영현장의 스케줄대로 찍었다. 많은 영화들을 이렇게 촬영하고, 배우들은 항상 바쁜 와중에 최선을 다하지 않나.

여하튼 관객의 기억력을 가혹하게 시험한 셈인데, 혹시 당신의 기억력은 어떤가. 혹시 IQ를 말해줄 수 있나.

난 시각적인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IQ는 잘 모르겠다. 테스트를 받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처음 이 영화를 처음 본 사람 중에 얼마나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공식적으론 모르겠는데.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한번에 이해한 것 같다. 비록 그 옆에 앉았던 사람들은 다 다르게 해석했다고는 했지만. 몇번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있을 것이고 처음엔 몰랐던 것을 보면서 재발견하고 더 좋아하지 않을까.

▶ <메멘토>Q & A - 초급

▶ <메멘토>Q & A - 중급, 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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