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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쓰러뜨려라!”
2001-09-14

포인트4 - 거대한 말떼의 질주

“말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찍으라고 권하고 싶네요.” 김성수 감독은 <무사>의 경험이 준 교훈이 뭐냐는 질문에 악동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물론 진담은 아니다. 말이 말을 안 들어서 힘들었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얘기. <무사> 제작진은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5개월간 50마리의 말을 데리고 다녔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지만 현장에서 말은 여간 골치아픈 존재가 아니었다. NG가 나면 처음 찍었던 자리로 되돌리는 데만 몇십분이 걸렸고 “액션”이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형구 촬영감독도 뭐가 힘들었냐는 질문에 “말이 말을 안 들어서”라고 답한다. 이렇게 다루기 힘든 말은 <무사>의 스케일을 실제보다 커보이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민환 프로듀서는 “영화에서 말 한 마리가 쓰러지는 효과는 엑스트라 배우 10명이 등장하는 것보다 강력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몽고기병의 위풍당당하고 용맹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말이 제몫을 했다.

하지만 달리는 말을 찍는 것으론 부족했다. 제작진은 말의 양쪽 다리에 줄을 묶어서 쓰러뜨리기로 했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흙을 덮은 다음 달리는 말의 다리에 묶인 줄을 당기면 말은 앞으로 나가려는 관성 때문에 고꾸라지게 된다. 카메라는 고속으로 말이 쓰러지는 순간의 역동적인 느낌을 잡아낸다. 처음엔 줄을 당기는 방법을 썼지만 제작진은 전기충격이라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중국 스탭으로부터 들었다. 중국에서 구한 전기충격장치를 국내에 들여와 복제한 다음 <무사> 현장에서 유용하게 썼다.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다친 말은 없었다고 말한다. 현장에 50마리 말이 한꺼번에 투입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50마리 말을 풀어놓으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영화는 편집을 통해 실제보다 많은 말이 등장하는 효과를 냈다. 오른쪽 언덕 아래에서 십여 마리의 말이 솟구치는 장면을 찍고 왼쪽 언덕 아래에서 비슷한 장면을 찍는 식으로 해서 결합하면 엄청난 규모의 전투가 벌어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무사>의 첫 전투장면은 이렇게 연출됐다. 전투가 끝난 뒤 몽고기병들이 떠나는 장면에서 실제 말의 숫자가 얼마 안 되는 게 드러나긴 하지만 말은 <무사>의 숨은 스턴트맨이었다.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특수효과 정도안

장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무사>는 특수효과가 눈에 확 띄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정도안씨는 “피 뿌리고, 화살 쏘고, 피탄 터뜨리고, 이건 특수효과가 아니라 노가다였다. 닥치는 대로 다 했다”고 웃었다. 시대극은 고생은 2배, 성과는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특수효과 느낌이 약하니까. 특수효과가 쓰인 대목은 주로 말타고 벌이는 액션이나, 화살 쏘는 신, 토성에서 전투를 벌일 때 불붙는 장면 등. 화살장면은 CG와 섞여 있는데, 화살을 맞았는데 피가 안 튀면 사람이 직접 맞은 것이라고. 촬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화살을 쏘는 에어총 등 장비문제. 국내 장비를 가져갈 수가 없어 현지조달했는데, 에어총은 배출되는 가스 양이 일정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토성전투신은 성벽의 불 분위기를 어둡게 해달라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검은 연기를 피워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역시 장비와 재료 조달이 힘들었다. 그나마 <리베라 메> 때 만들어둔 작은 화염방사기를 챙겨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은 특수효과 재료공급면에서는 좋은 나라다. 화약을 일반인이 살 수 있기 때문. 하얀 연기, 검은 연기, 피탄(터뜨릴 수 있는 작은 화약이 장착된 피주머니)용 화약도 판다.

눈이 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원래 비를 뿌리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영하 20도라는 자연 여건도, 장비도 받쳐주지 않았다. 스노머신 2대를 동원해 눈을 뿌렸다. 대개 5∼6대 쓰는 데 비하면 초라한 장비였다. 장비가 부족하니 등장인물 앞은 눈을 뿌리고, 뒤는 스티로폼을 흩뿌렸는데, 중국스탭들이 양 조절을 일정하게 하지 못해 나중에 영화를 보니 가끔 눈발이 무더기로 확확 날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토성장면은 항상 흐린 날 같은 분위기인데, 사실 촬영 때는 해가 쨍쨍한, 아주 화창한 날이었다. 검은 연기를 피워 해를 가리고 음울한 날씨를 만들어냈다.

특수분장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팔을 베는 신 하나만 해도, 팔뚝의 어느 부위를 벨 테니 피의 양은 이만큼 하고, 팔뚝 전체에 피주머니를 채워넣는 것이 좋지 않을까 등등 미리 이야기를 하면 실수가 없다. CG와의 호흡도 마찬가지. 이번 장면에선 피탄만 터뜨리면 나중에 화살 심겠다, 아니면 직접 쏘는 게 낫겠다. 호흡을 맞추고. 그대로 갔다. 실제로 현장에서 단 한번도 삐걱거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글 위정훈 기자·사진 오계옥 기자

▶ 전인미답의 장관을 꿈꾸다

▶ 포인트1 - 시네마스코프의 마력

▶ 포인트2 - 사실적 액션

▶ 포인트3 - 사지절단의 특수효과

▶ 포인트4 - 거대한 말떼의 질주

▶ 포인트5 - 되살아난 중세중국의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