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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혹한 싸움에 몸을 던지다
2001-09-14

포인트2 - 사실적 액션

홍콩의 와이어액션이나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에 범접할 노하우가 없다는 판단 아래 김성수 감독은 <무사>를 사실적 액션 위주로 찍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글래디에이터>를 본 제작진은 절망했다. <글래디에이터>의 초반 전투장면은 <무사>가 시도하려던 액션과 유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안은 없었다. 제작진은 당시 고려 무사들이 그랬음직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무사>의 전투장면은 미리 합을 짜고 시늉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서울액션스쿨의 스턴트맨들에게 “의식도 잃어버려라. 오직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싸워라”라고 주문했다. 정두홍 무술팀의 10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사> 현장을 지켰고 마지막 토성 전투 때는 서울에 남았던 7명까지 중국에 들어와 전투에 참가했다. 그들이 보여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스턴트는 중국 무술팀을 놀라게 만들었다. 쿵후가 기본인 중국 무술팀은 결코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무술에 익숙해서 정두홍 무술팀과 몇 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두홍 무술팀과 중국 무술팀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칼, 창, 도끼 등 영화 속 소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진 일. 칼과 칼이 직접 부딪치지 않는 중국 액션과 달리 정말 검광이 번쩍이는 <무사>의 액션은 중국의 소품 담당자를 바쁘게 만들었다. 계속 새로운 칼을 만들어 현장에 공급해야 했다.

사실적 액션은 배우들에게도 무척 고된 일이었다. 정우성, 안성기 등 주요 배우들은 촬영 3달 전부터 무술과 승마 연습을 했다. 특히 정우성의 창술은 기존 무협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불꺼진 체육관에서 눈을 감고 하나하나 동작을 만들어갔다. 현장에서 중국 무술팀의 베테랑도 여솔의 창술은 모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데뷔작 <런어웨이>부터 정두홍 무술감독과 인연을 맺은 김성수 감독은 다음 영화에선 와이어액션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김성수-정두홍 콤비가 만드는 액션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영화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지 지켜볼 만한 일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무술감독 정두홍

불가능? 목숨걸고 가능으로!

정두홍 무술감독은 <무사>의 액션장면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핑핑 돈다”고 말한다. ‘잔인하고 처절하지만 슬픈 액션’이라는 컨셉으로 연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온갖 부상을 무릅쓴 무술팀을 생각하면 눈물이 안 나올 수 없다. “와이어액션은 불가능하다. 홍콩을 따라잡을 능력이 없다. 전통 무협액션도 안 된다. 그렇게 차포 다 떼놓고 액션을 만들어야 했다. 동료가 휘두르는 칼에 아군이 다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그려야 했다.” <무사>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장면은 토성 전투에서 대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싸우는 장면이다. 군대 시절 높은 벽을 넘는 데 사용했던 기술을 떠올리며 고안한 방법이다. 정두홍 무술팀은 <무사> 촬영이 끝난 뒤 한달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에서 그들이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초는 대단한 것이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기존 무협영화보다 서부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무사>의 액션을 연구했다. 한국의 무술팀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실제로 그는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 혼자 할리우드에 가서 스턴트맨으로 살 수도 있지만 그의 소망은 정두홍 무술팀이 홍콩의 원화평 무술팀처럼 다양한 영화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특화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했다. “아이디어 싸움인데 쉽지 않다. 할리우드가 탐낼 만한 상품성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무사>가 거기까지 이르진 못한 것 같다”는 게 그의 평가이다.

그에겐 스턴트맨으로 겪어야 했던 한과 설움이 있다. “너희들은 이런 것 못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때 무술감독으로서 그의 자존심은 상처를 받는다. “시대극 액션은 안 된다며 홍콩 무술팀을 데려오겠다는 말을 들을 때 화가 치민다. 해볼 기회도 안 주는데 어떻게 테크닉을 갈고 닦을 수 있겠는가”라는 게 그의 항변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한국영화에서 스턴트맨에 대한 대접은 좋은 편이 못된다. 누구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철저히 외부인 취급하는 현실에 대해 그는 “목숨걸고 보여준다”는 자세로 대응한다. <무사>의 액션에 깃든 기이한 에너지와 슬픔이 정두홍 무술팀의 이런 결기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무사>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스턴트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 전인미답의 장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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