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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은 사막 위, 14세기를 재현하다
2001-09-14

포인트5 - 되살아난 중세중국의 풍광

김형구 촬영감독은 국내에서 시대극을 찍는 어려움을 잘 안다. <이재수의 난>이나 <아름다운 시절>을 찍으면서 그는 시간을 거스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 <아름다운 시절>을 찍을 때는 곳곳에 보이는 전봇대가 말썽이었다. 50년대라는 시대 설정에 어울리지 않는 전봇대를 피하느라 때로는 전봇대를 파서 옮기는 수고도 해야 했다. <이재수의 난>은 더 심했다. 흠집을 낼 수 없는 문화재인 제주의 성곽에서 전투하는 장면을 찍자니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토성전투장면을 찍을 때 싱청의 <무사> 촬영장을 찾은 박광수 감독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박광수 감독은 중국 미술팀이 만든 토성에 감탄했다. 만약 미술팀이 토성을 지을 수 있었다면 <이재수의 난>의 화면이 달랐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시간을 역행할 틈이 없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아직 과거를 품은 땅이 많다. 거기에 중국 미술팀의 노하우가 덧붙여져 14세기의 풍광을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성수 감독은 <무사>를 구상하면서 크게 두 가지 이미지에 사로잡혔다. 하나는 끝없는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는 고려무사 일행이고 다른 하나는 해안에 자리잡은 작은 토성이다. 사막을 찍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중국 헌팅의 첫째 이유였다. 제작진은 중웨이와 인촨에서 모래사막과 황무지를 찾았고 영화의 전반부는 여기에서 이뤄졌다. 사막 촬영은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과 싸우면서 진행됐다. 그나마 모래의 반사가 심해 한낮엔 찍어도 모든 사물이 허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막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는 시간은 해가 뜬 직후와 해가 지기 직전뿐. 이 짧은 시간에 한컷이라도 더 건지기 위한 몸부림이 스탭들 사이에 ‘지랄숏’이라고 불린 것이다. 해안토성이 지어질 공간은 6개월간 헌팅한 결과 찾은 장소이다. 미술감독 훠팅샤오가 찾은 이곳은 땅콩밭이 있던 곳으로 제작진은 밭을 갈아엎고 마른 풀을 심어 영화 속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조민환 프로듀서는 중국이 SF영화를 찍기에도 적합한 장소라고 말한다. 시간의 흔적을 말끔히 집어삼키는 사막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거기에 무엇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과거도 만들 수 있고 미래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 다음엔 중국에서 SF영화를 찍어올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컴퓨터그래픽 ENO digital films

티없는 CG, 실사 뒤에 숨었다

<무사>에서 컴퓨터그래픽은 양지보다 음지, 스포트라이트보다 암전을 택했다. 김성수 감독이 추구한 ‘사실적 액션’의 컨셉에 맞추어서. 특수효과를 메인으로 삼되, 화살이 눈에 꽂히거나 목을 관통하는 등 실사가 불가능한 장면이나 배우가 연기하기에 안전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등에만 CG를 사용하자는 것이 기본생각이었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펼쳐지는 공사중인 난징성은 배경에 그림을 그려넣는 ‘매트 페인팅’ 기법으로 만들어낸 장면이다. <무사>에서 컴퓨터그래픽이 가미된 분량은 8∼10분쯤 된다. 영화의 특성상 주로 액션신에 몰려 있으며, 약 60여컷 정도. Shake After Effect 등 2D 컴포지팅 프로그램과 XSI LIGHTWAVE 등의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김태훈 실장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현장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기로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가 후반작업을 하면서 추가로 하게 된 컷들의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후반부에 몽고장수 람불화가 최정과 대결하다 칼을 맞는 장면은 람불화가 옆구리로 끼어드는 칼을 받는 식으로 촬영했는데, 나중에 아무래도 찔린 느낌이 살지않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예정된 장면은 레퍼런스 촬영(촬영현장에서 사람이나 소품없이 연기하는 장면을 찍는 것)을 한다. 예를 들어 화살이 꽂히는 장면이라면 화살을 따로 찍어두는 것이다. 그래야 현장의 화살 질감과 광량, 빛의 방향 등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미 찍혀 있는 영상을 지우고, 빈 배경을 만들어내야 하는 등 공은 몇배로 더 들고, 완성도는 마음에 안 찬다고. 문제의 장면에선 람불화가 끼어든 칼의 각도와 손의 각도가 달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그런 작업도 “카메라 뒤에서 헌신적으로 작업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함께 수고한 결과물”이라며 현장 스탭들에게 고마움을 꼭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위정훈 기자

▶ 전인미답의 장관을 꿈꾸다

▶ 포인트1 - 시네마스코프의 마력

▶ 포인트2 - 사실적 액션

▶ 포인트3 - 사지절단의 특수효과

▶ 포인트4 - 거대한 말떼의 질주

▶ 포인트5 - 되살아난 중세중국의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