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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너비는 2.35:1
2001-09-14

포인트1 - 시네마스코프의 마력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70mm 필름으로 본 사람들은 끝없는 사막의 풍광을 보여주는 광활한 화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자연과 무수한 인물을 담고자 하는 영화가 사이즈가 큰 화면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사> 역시 가로·세로비가 일반 영화보다 크다. 흔히 비스타비전 사이즈라 불리는 일반영화의 가로·세로비는 1.85 대 1인 반면 시네마스코프 사이즈인 <무사>는 2.35:1. 일반영화보다 화면 좌우측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신라의 달밤>도 시네마스코프로 찍은 영화들. <무사>에서 넓은 화면의 효과가 드러나는 건 사막, 숲, 토성 등 넓게 펼쳐진 공간을 찍을 때나 등장인물이 많을 때이다. 전투장면에서도 말과 사람이 뒤엉켜 있는 혼란상을 강조하고 있다.

<무사>는 촬영현장에 늘 카메라 3대가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대규모 전투장면을 찍을 때 3대의 카메라가 각기 다른 각도와 거리에서 같은 액션장면을 찍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2촬영팀을 활용하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이 지휘하는 A팀이 드라마의 주요장면들을 찍을 때 조동오 조감독이 이끄는 B팀이 각종 인서트장면을 찍는 식이었다. 현장에서 그들은 A팀을 <아나키스트>팀, B팀을 <비천무>팀이라 불렀다. 두 영화 모두 <무사>보다 늦게 중국에 와서 먼저 촬영을 끝내고 개봉한 영화들.

프로듀서 조민환씨는 “제작준비에 1년여를 소비한 우리가 너무 조심스러웠던 것 아닐까, 의구심을 들게 한 영화들이었다”고 말한다. 어쨋든 <무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2촬영팀을 운영한 첫 한국영화로 기록된다. 넓은 화면을 선명히 잡아내는 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조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무사>는 밤장면 촬영에서 기존 영화와 다른 색조를 보여준다. 5kW 조명기 8개를 묶어 크레인에 매달아 달빛의 효과를 낸 사막에서의 밤장면은 기존 한국영화와 달리 푸른 빛이 감돌지 않는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이런 대작을 찍는 노하우에 대해 한마디로 결론내린다. “해본 사람만이 안다”는 것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촬영감독 김형구

사막 위, 베트남 정글의 느낌을 살려내다

단편영화 <비명도시>부터 김성수 영화의 주축을 맡아왔던 김형구 촬영감독은 <무사>에서 개각도 촬영의 진수를 보여준다. 물방울이 튀는 모습을 선명히 보여주는 이런 촬영은 액션의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개각도 촬영이 <무사>에서 처음 시도된 스타일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친구>에서 장동건이 칼에 찔리는 장면은 개각도 촬영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비트>의 저속촬영, <태양은 없다>의 고속촬영에 이은 <무사>의 개각도 촬영은 초반 전투장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무사>에서 김형구 촬영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장면은 숲 속 전투장면. 베트남 정글의 느낌을 원한 감독의 생각과 달리 제작진이 10월에 도착한 베이자이 숲은 낙엽이 많이 진 상태였다. 울창한 수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김형구 촬영감독은 인부들에게 나무를 베어와 군데군데 심도록 했고 망원렌즈로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좁아보이도록 찍었다. 피사체와 배경 사이 거리를 좁혀주는 망원렌즈의 효과로 듬성듬성하던 숲은 말 한 마리도 통과하기 힘든 빽빽한 숲으로 변모했다. 감독이 원한 답답한 분위기, 금방 어디서 뭔가 튀어나올 듯한 서스펜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무사>의 색조를 사막의 빛인 황금색에서 시작했다. 사막을 지나 토성에 이르는 동안 화려한 컬러가 조금씩 사라지도록 설계했다. 특히 마지막 토성 전투는 흑백톤에 가깝게 만들려 했다. 촬영 당일 태양광선이 강해 원래 구상대로 나오진 못했다며 아쉬워하지만 <무사>의 색감은 드라마의 전개과정에 잘 녹아 있다. <무사>는 한국영화로서 보기드문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데 사실 슈퍼35mm 렌즈로 찍은 뒤 광학현상을 거친 필름이 이렇게 깨끗하기란 쉽지 않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슈퍼35로 찍은 뒤 스키즈과정을 거치면 화질이 많이 손상되게 마련인데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한다. 또 같은 렌즈로 국내에서 찍은 영화보다 화질이 좋은 건 중국의 현상기술이 때문인지, 중국의 일조조건 때문인지 검토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사>는 테스트 촬영을 많이 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지난해 7월 중국에서 김성수 감독과 함께 무협영화풍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이때 사막촬영과 액션에 대한 시험을 했고 그뒤로도 <무사> 크랭크인 시점인 8월까지 개각도 촬영, 특수효과, 컴퓨터그래픽 등의 결과를 검토하기 위한 촬영을 했다. 제작진이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이런 테스트 촬영 결과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은 촬영 김형구, 조명 이강산 콤비에 대해 <무사>의 진립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으면서 지혜와 노련함으로 일행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그런 인물이라는 것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 전인미답의 장관을 꿈꾸다

▶ 포인트1 - 시네마스코프의 마력

▶ 포인트2 - 사실적 액션

▶ 포인트3 - 사지절단의 특수효과

▶ 포인트4 - 거대한 말떼의 질주

▶ 포인트5 - 되살아난 중세중국의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