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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은 즐거워”
2001-09-14

<조용히...> 감독 유세프 샤인 인터뷰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가. 코미디인가 뮤지컬인가.

‘뮤지컬 드라마틱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꼭 하나의 장르나 스타일로 규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건 정치도 마찬가진데, 한 사람의 성향을 꼭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착안한 영화인가.

내 인생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간 접했던 수많은 영화와 연극과 음악과 문학작품들이 조금씩 다 녹아 있다. 영화는 어쩌다 우연히,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나 자신과 관객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또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늘 살펴본다. 그건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거나 뭔가 거창한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늘 사랑하고 싶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 그래서 사랑하자, 행복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정치인들을 풍자해서 웃음을 자아내려는 노력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그런 유머를 좋아한다. 웃음은 비루한 삶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거니까.

코믹적인 요소, 슬랩스틱코미디를 가미했는데.

70년 정도를 살아왔으면, 옳아야 할 권리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권리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망설이는 일이 적어진다. 노래가 필요하면 하는 거다. 아첨하지 않아도 내 작품을 좋아하는 걸 보면, 대중도 나만큼이나 미친 모양이다.

표현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이집트는 부패했다. 세계화의 결과는 빈익빈부익부일 뿐이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먼저 한푼이라도 더 많은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데, 보고 있기 공포스러울 정도다. 끔찍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심각하게 옮기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유머로 이를 공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돈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출세지상주의자 라메이를 등장시켜, 돈에 대한 집단광기를 조롱하려고 했다.

이 영화에 드러난 이집트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타국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길 바라나.

글쎄, 모르겠다. 좋아하고 이해하길 바라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주 즐겁다. 요즘 우리는 매우 자주 ‘인터내셔널’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적용되는 컨셉이다. 미국인들은 아시아를, 다른 나라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나는 다르다. 그들을 포함한 이 세상 모두를 알고 싶다. 나는 개척하는 게 즐겁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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