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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국영화 7편 [3] - <아주 특별한 손님>

타인을 따라가다 자신을 만나다

이윤기 감독의 세번째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20대 초반의 착해 보이는 여자 보경(한효주)에게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건장한 사내 두명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취조에 가까운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고명은! 명은이 아냐? 에이 명은이 맞는데….” 자신은 명은이가 아니라고 말한 여자는 사내들의 집요한 착각에 당황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다.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다른 이의 이름을 들고 온 남자들에게 동일인이 아니냐고 추궁당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고, 당하는 사람이 여자일 경우 겁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결국 여자는 남자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겁없이 차를 타고 동행까지 한다. 그녀는 어느 중년의 홀아비가 죽음을 선고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고, 그의 딸은 집을 나가 몇년째 소식이 없는데, 당신이 그 딸의 모습과 비슷하니 단 하루라도 죽음 앞에 처한 그에게 딸인 양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되겠느냐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듣고 들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까지 주어진다.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그런데 그 상황에 이끌리다보면 나중에는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영화적인 부분을 표현해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감독은 밝힌다.

이윤기의 세 번째 장편 <아주 특별한 손님>은 긍정적인 의미로서 기이한 영화다. 관심을 집중시켰던 <여자, 정혜>보다 진전된 방식의 구조적 긴장을 갖고 있으며, 지나친 무관심 속에 잊혀진 ‘수작’ <러브토크>보다 복잡한 화음을 갖고 있다. 이윤기는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집 <멋진 하루>에 실려 있는 작품 중 <애드리브 나이트>를 원작으로 하여 이야기 골자를 가져왔지만, 비교해보면 결정적인 부분은 대개 바꿔놓았다. 시골로 내려간 여주인공은 곧 망자가 될 사람을 앞에 놓고 투닥거리며 싸우는 마을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가 중년 남자가 죽자 이내 새벽이 올 즈음 대역을 마치고 그녀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원작과 일정한 차이를 두면서, 우연히 일어난 일탈이 강한 자기 회복의 ‘조짐’으로 이르도록 끌고 간다. 떠나는 길, 머물게 된 미지의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다시 떠나오는 길, 일종의 세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그때마다 각자 다른 영화적 느낌을 나르며 전체적으로는 생경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여자, 정혜>와 유사하지만 또 다른 버전.” 감독은 그렇게 설명한다. “일종의 동일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마치 정혜가 자기의 오래된 궤적을 따라가서 자기를 극복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정혜가 자기 자신의 슬픈 궤적을 따라간 거라면 이번 주인공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과 어느 한 여자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그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사실은 순간이나마 자기 존재를 잃어버리는 것인데, 그럼으로써 오히려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받아들이고 되찾는 것이다.” 위협적인 착각과 의문스러운 수긍에서 시작한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묘연한 관계들을 지나 자기와 타인들의 이해에 대한 회복의 조짐으로 나아가는 독특한 전개를 보인다. 불가능한 이야기를 통해 가능해진 회복의 정서. 그것이 <아주 특별한 손님>의 판타지적 전개가 전하는 기이함이다.

그 여자들의 교감

보경과 써니, 써니와 정혜

이상한 여행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온 여주인공 보경은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 저편으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러브토크>에서 써니 역을 맡았던 배종옥이다. 그 순간 <러브토크>의 써니가 언뜻 지나간다. “3부작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정서가 비슷하고, 내가 원하는 선으로 하다보니 연결된 거다. 처음에는 아빠한테 직접 전화를 하는 거였다. 하지만 너무 연결고리를 짜맞추는 것처럼 보여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엄마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배종옥씨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부작이건 아니건 그건 상관이 없다. 관심이 가는 건 <러브토크>의 마지막에서도 써니가 전작 <여자, 정혜>의 정혜와 길가에서 마주치며 연을 맺었다는 점이다. 그 여자들은 항상 모르며 스치거나 멀리서 대화하지만 교감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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