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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이 된 전직 화가의 기이한 바다 모험, <해적 이삭>
이다혜 2006-10-25

이삭은 해적이 아니었다. 관습적인 삶을 추구하는 대신 영혼의 자유를 꿈꾸긴 하지만 그는 화가였다. 그리고 그는 가난했다. 약혼자 알리스와 살고 있는 이삭은 살아가기 위해 간판을 그려 먹을 것을 사고,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동료 화가를 돕기 위해 그의 그림을 사주기도 한다. 선량하고 쾌활한 이삭이지만, 궁핍한 생활과 창작의 고통은 그와 알리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생계를 위해 그림을 들고 나가 팔려던 이삭은 상상으로 그린 인물이 실존 인물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배는 안 타봤지만 바다라면 그림이며 옛 문서까지 뭐든 좋아하는 이삭은 그림을 사준 남자가 소개해준 선장의 배를 타게 된다. 며칠 만에 돌아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배를 탄 이삭은 배가 향하는 곳이 아메리카이며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8세기 파리 뒷골목을 무대로 시작한 <해적 이삭>은 이삭의 행로를 따라 거친 바다로 향한다. 동시에 파리에 홀로 남은 알리스의 삶이 펼쳐진다. 좋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욕심과 사랑하는 여인과의 삶을 시작할 돈을 벌겠다던 이삭의 여정은 모험과 그리움으로 복잡해진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해적의 기이한 모험담과 생명을 건 전투장면은 <해적 이삭>을 다채롭게 채색한다. 과장이 심하지는 않지만 캐리커처처럼 인물의 성격이 외모로 드러나는 크리스토프 블랭의 그림체는 주변부 인물들에게도 개성과 존재감을 불어넣는다.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역동적인 이야기의 힘이 매력적인 <해적 이삭>은 2002년 앙굴렘세계만화축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