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드디어, `눈부신` 봄날이 왔다
2001-09-19

<봄날의 간다> 첫시사, “허진호 감독 미학 완성됐다”, 흥행도 기대

<봄날은 간다>는 그냥 예쁜 멜로드라마인가? 예술가의 개성적 스타일이 담긴 작가영화인가? 지난 9월13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봄날은 간다>가 던진 질문이다.

때는 전자의 견해가 많았으나 <봄날은 간다>까지 나온 뒤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허진호 감독이 평단의 외면을 받기 쉬운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서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사회 반응은 대체로 좋다. 올 초 유행했던 최루성 멜로물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끄는 정서적 힘이 대단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9월28일 개봉하는 이 영화가 추석 시즌 극장가를 평정하리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개봉한 <무사>가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는 제작사 싸이더스는 <봄날은 간다>에 대한 호평에 다소 고무된 분위기.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감도 있다. 일부에선 “이영애의 캐릭터가 납득이 안 간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설정이 식상하다”, “상업성과 타협한 흔적이 눈에 띈다” 등 몇 가지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첫 영화 에서 보여줬듯 허진호는 카메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차곡차곡 담아낸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청년 유지태가 녹음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지방방송사 아나운서 이영애를 만나 교감하는 과정은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자연스레 가까워진 둘의 관계를 쳐다보는 시선 그대로 헤어짐의 과정도 바라본다. 소란스런 극적 갈등이나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리지 않는데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그 안에 들어 있는 연인의 모습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기 때문. 유지태가 보여주는 여리고 맑은 젊은이의 표정은 여성관객의 기대에 어울리는 것이며 이영애 역시 그런 청년의 마음을 빼앗을 만한 매력을 드러낸다.

허진호는 남녀의 마음만을 담아내는 걸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등장시켜 사랑이라는 감정에 시간의 깊이를 새겨넣는 한편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새와 눈내리는 산사와 더운 여름날의 나무그늘 같은 공간을 통해 삶의 눈부신 한순간을 붙잡으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매만지는 감독의 손길이 <봄날은 간다>를 ‘잘 만든 상업영화’라는 카테고리에만 가둬둘 수 없게 한다.

<봄날은 간다>는 멜로드라마이자 성장영화이며 오즈 야스지로와 허우샤오시엔의 호흡이 느껴지는 상실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봄날은 간다>는 국내 영화로는 처음으로 사전기획 단계부터 일본, 홍콩의 자본을 유치한 공동투자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의 쇼치쿠, 홍콩의 어플로즈가 싸이더스의 파트너로 아시아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관심거리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