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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철면피한
김소희(시민) 2006-11-13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문제삼아 청와대에서 <문화일보>를 무더기로 끊자, 청와대와 사이가 안 좋은 신문들이 언론탄압이라고 득달같이 일어났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 소설의 묘사가 신문윤리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문제제기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이어 청와대가 “수치심을 일으킨다는 직원들이 많다”며 구독을 줄이자, <문화일보>가 이를 크게 보도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이 나섰다. 파장은 2라운드로 넘어가 가세자가 늘었다.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번 절독은) 양식을 가진 공직자들의 재량권에 속한다”면서 “그 코너 때문에 그 신문을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 코너 때문에 끊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의원은 “단지 성적 관심사를 집중시키기 위해 소설 형식을 빈 글”이라고 이 소설을 비판하면서도 “신문 연재소설 하나에 대한 선정성 규탄이 국가통치행위가 돼야 하는가”라고 따졌다. 좀 말 되는 사람들이 거들어 저급한 논쟁 구도를 벗어났지만, 정작 이 소설의 본질적인 문제는 쏙 빠져 있다.

“음란하고 선정적”이라고 지적받은 칼럼을 썼던 처지에서 감히 말하자면, 노골적인 성행위가 묘사된다고 다 유해한 건 아니다. 음란하고 선정적인 것과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다르다. 남성의 성기는 ‘연장’이고, 큰 ‘연장’ 하나면 사기든 협잡이든 해결 안 되는 일이 없으며, 여성들은 그 연장이 닿으면 무조건 자빠지는 존재인데다, 남녀관계는 ‘성거래’인 내용을 단순히 음란하고 선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여성관’(혹은 ‘연장’관)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저씨들에게도 유해하다.

그동안 양식있는 독자들과 여성단체가 이를 지적해왔으나 그대로 묻히다 청와대와 몇몇 신문과 국회의원이 나서자 파문이 커진 걸 보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강한 남자들’이 판치는 세상인 모양이다. 부시가 럼스펠드 자른다고 이라크전에 대한 책임이 줄어들지 않듯이, 묘사 수위가 바뀐다고 ‘철면피한’(强顔男子)들이 개과천선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