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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빈곤에도 타협하지 않는 영화의 자세, <내 청춘에게 고함>
ibuti 2006-11-24

“나 간다. 여기서 멈출 순 없으니까, 여긴 죽었으니까.” 비단 영화에 등장하는 세 청춘이 아니어도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한곳에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 세 청춘도 어디론가 떠난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영어 제목이 <뒤돌아보지 마라>를 뜻해서일까, 세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우린 세 청춘의 뒷모습을 본다. 멈추어 서 있기에, 매번 그들의 뒤를 보게 되기에, 죽어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며, 세 청춘 또한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해서 죽은 세상 밖으로 가진 못한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끝없이 걸어야 하는 자의 고독과 자괴감, <내 청춘에게 고함>은 그래서 우울하지만 진실을 버릴 마음은 없다. 한국영화의 관객 수가 아래로도 기록 행진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1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고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내 청춘에게 고함>이 박수를 받을 부분은, 현실과 쉽게 손잡지 않으며 거짓말로 때울 생각이라곤 없는 그 자세다. 세 주연배우의 감독과 영화에 대한 신뢰가 엿보이는 음성해설이 인상적인 DVD다. 요즘 DVD에서 보기 드문 비아나모픽 영상, 음성해설에서 언급된 메이킹 필름과 다른 엔딩 등의 부재는 작은 놀라움이기에 앞서 정직함이 빈곤을 의미하는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슬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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