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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흥겹구나, 연산과 공길의 사랑∼ <이>(爾)
이다혜 2006-11-23

11월10일~12월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523-0986

<왕의 남자>의 원작 <이>를 뮤지컬로 만난다. 뮤지컬 <이>는 원작 연극 <이>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태웅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 연극이 상징적이고 강렬했다면, 뮤지컬은 좀더 쉽고 흥겹다. 오케스트라 사운드 위에 한국 악기로 선율을 덧입힌 음악은 역사물로서, 그리고 창작뮤지컬로서 <이>의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뮤지컬이 시작되자마자 무대를 왁자지껄하게 수놓는 광대패들의 놀이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원작 연극이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잣거리에서 풍자극을 공연하며 살아가는 광대패들이 궁으로 잡혀 들어온다. 연산은 광대들의 우두머리 격인 장생을 직접 죽이려다 광대패에서 여자 역을 도맡는 공길의 간청에 광대패를 풀어준다. 장생을 비롯한 광대들을 불러들여 놀이판을 벌이게 한 연산은 공길의 여성스러운 매력에 빠져든다. 연산은 공길에게 궐내 잔치와 놀이를 감독하는 희락원 대봉 직위를 하사하고, 장생은 공길의 변심에 분노하며 궐을 떠난다. 연산이 공길을 총애하자 녹수는 언문비방서 사건을 일으켜 공길을 음해하려고 한다. 연극에서 뮤지컬로의 각색 과정에서 <이>는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연산과 공길의 사랑으로, 특히 공길로 옮겼다. 녹수가 연산을 유혹하는 장면의 퇴폐적이고 요염한 분위기, 놀이패들의 그림자극이 자아내는 끊이지 않는 웃음 등은 노래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볼거리가 된다. 특히 연극에서 눈길을 끌었던 애크러배틱한 놀이장면은 뮤지컬에서 좀더 경쾌하게 재현됐다. 제작진이 특히 공을 들인 무대미술은 현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광대패가 공연하는 이야기에 맞는 의상과 무대장치들을 공들여 준비한 덕에 시각적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이>에 등장하는 노래들 중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입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노래들이 이야기의 흐름과 매끄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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