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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좋다,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2)
2001-09-21

수공업적 액션 하나로 세계인 사로잡은 작은 영웅에 바친다

할리우드, 세계로

<프로젝트 A> <쾌찬차> <용형호제> 등 할리우드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한 대작을 만들던 성룡의 최종목표는 세계 진출, 할리우드 진출이었다. <프로젝트 A> 이후 성룡의 영화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홍콩관객을 위한 영화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화가 나뉘는 것이다. <미라클> <쌍룡회> 같은 영화는 영락없는 중국인의 구정용 영화다. 반면 <폴리스 스토리>는 세계 무대를 향한 시발점이다.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경찰의 활약을 그린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차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액션의 강도를 높이는 점도 그렇다.

성룡은 지금도 동일한 전략을 고수한다. 할리우드에서 일급 스타 대우를 받으면서도, 홍콩에서 <성룡의 빅 타임> 같은 명절영화를 만든다. 아시아 관객만을 위한 액션영화 <나이스 가이> <엑시덴탈 스파이> 등을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철저한 팬서비스와 프로정신이 성룡을, 2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스타로 유지한 것이다. 아류작을 답습하며 몰락해가는 홍콩영화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1년에 정련된 한두편만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할리우드의 전략을 빌려오면서도 나름의 독특한 색깔을 가미한 성룡의 영화는 홍콩영화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었다. 홍콩 누아르와 무협영화의 거센 물결이 일던 시절에도 성룡의 지위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은 그런 일관된 전략의 결과였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 만난 당계례 감독과 함께, 뉴욕을 무대로 미국인에게도 익숙한 배경과 이야기로 <홍번구>를 만든 것이다. 95년 미국에서 개봉된 <홍번구>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홍콩영화가 되었고, 성룡은 <뉴스위크> 표지를 장식했다. 이젠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그것은 성룡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영광은 아니었다. 미국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이소룡 시절부터 끊임없이 홍콩영화가 상영되었고, 차츰 미국인의 관심을 끌었다. 흑인들 사이에서는 순식간에 주류문화가 되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영화광들도 홍콩 누아르에 반했다.

차이나타운의 홍콩영화 붐은 곧 비디오가게로 번졌다. 가게들마다 홍콩영화 부스가 생겼고, 성룡 코너도 만들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이클 잭슨도 홍콩영화 팬이었다. 마침 홍콩의 중국반환, 홍콩영화의 몰락과 함께 성룡을 포함한 수많은 홍콩영화인들이 할리우드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98년 성룡과 크리스 터커가 공연한 <러시아워>가 1억달러를 벌어들이고, 99년 <매트릭스>의 와이어액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마침내 홍콩영화는 할리우드의 주류로 편입했다.

온몸을 던진자만이 웃을 수 있다

그러나 성룡은 홍콩영화의 전매특허인 와이어액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러시아워2>에는 성룡의 서명이라고 할 만큼 유명해진 ‘NG장면 모음’이 담겨 있다. 코미디 프로 등에서 흔히 베끼는 것처럼, NG장면은 단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실수 모음’이 아니다. ‘온몸의 뼈 중에서 부러지지 않았던 게 하나도 없다’는 말처럼, NG장면은 성룡의 몸을 던진 연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주는 처절한 기록이다. 단순히 뒤로 넘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수많은 실수가 나온다. 넘어지고, 부러지고, 중상을 당해가면서 성룡은 오로지 자신의 육신 하나로 홍콩을, 할리우드를 정복해온 것이다. 성룡에게서 버스터 키튼과 해럴드 로이드를 느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성룡은 눈속임이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관객의 시선을 뺏어온 거의 유일한 엔터테이너다. 수십년의 세월 동안 성룡을 봐오면서도, 단 한번도 질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 때문이다.

글 김봉석 lotus@hani.co.kr 디자인 조현덕

▶ 김봉석의 성룡론1

▶ 김봉석의 성룡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