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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올해의 단편 <Off-Course...>의 윤동혁 감독
강병진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6-12-21

길에서 벗어나 길을 찾다

KT&G 상상마당 올해의 단편으로 선정된 <Off-Course, 길에서 벗어나다>는 윤동혁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수히 많은 연습작과 막대한 빚을 안겨준 첫 작품 이후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였다. “약 1년 동안 지방에서 일을 하며 돈을 갚고,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러고 나서 <Off-Course…>를 제의받았는데, 10만원만 있어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웃음)”

윤동혁 감독은 원래 회화를 전공했다. 거의 10여년을 공부한 그림이었지만, 막상 졸업이 다가오자 고민도 함께 따라왔다. “미술계의 수직구조 같은 시스템과 타협해야 하는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영화였다.” 그림에서도 내러티브를 담으려 했던 그에게는 영화도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만 해보고 아무런 비전이 보이질 않으면 미련없이 헤어지려 했던 영화였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 있었단다. 덕분에 자신의 근성과 영화의 궁합을 확인한 그는 때마침 친구의 처제인 거문고 연주가 윤은자씨가 제의한 무대영상연출을 감사히 수락했다. 하지만 스무살 이후 그림만 그렸던 윤동혁 감독에게도 국악 공연을 위한 영상은 낯설었다고 한다. 학이나 절벽, 노을 같은 그림만 연상하던 끝에 이야기를 갖는 뮤직비디오로 선회한 <Off-Course…>는 국악의 이미지를 좀더 친숙한 느낌으로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감내해야만 했다. “어떤 경계에 서고자 했다. 영화와 뮤직비디오, 친절함과 불친절함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타이레놀까지 상비약으로 챙기고 다녔다. (웃음)” 완성된 영화는 국립극장에서 열린 윤은자씨의 공연을 통해 400여명의 관객과 만났고, 전시회를 통해서만 대중과 소통하던 윤동혁 감독에게 그 광경은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의외로 “똑똑하면서도 냉소적인 코미디”. 우디 앨런이나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보며 롤모델을 찾기도 했지만, 특별히 열광하는 선배감독은 없다고 한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내 기억과 경험,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이미지를 통해 더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이다.” 다음 작품인 <3mm>(가제)는 그의 영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무대가 될 듯. 내년 3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준비 중인 이 작품은 이십대 후반의 야뇨증에 걸린 남자가 겪는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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