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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을 뛰어넘은 긍정의 힘
박혜명 2007-01-04

<Let’s Get Out Of This Country> 카메라 옵스큐라 | 파스텔뮤직 발매

2집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2004) 때까지 카메라 옵스큐라는 챔버팝의 대명사 ‘벨 앤드 세바스천’(B&S)의 후예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챔버팝 밴드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B&S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이들의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한 이유가 컸다. 3집의 프로듀서는 로파이신의 대표 뮤지션 에드 하코트의 앨범을 작업했던 자리 하팔라이넨이다. 그러나 하팔라이넨의 터치는 이번 앨범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밴드의 보컬 겸 리더 트레이시안느 캠벨의 자존심과 의지다.

오죽하면 앨범 제목이 ‘이 나라를 벗어나보자’일까. 스코틀랜드가 아닌 스톡홀름에서 녹음했다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3집은 단순히 간질간질하고 가벼운 챔버팝이 아니다. 유치할 정도로 밝고 단순한 멜로디를 시원하게 편곡한 보컬·코러스로 듣고 있으면 ‘세상에 이렇게 인생을 쉽게 사나’ 싶어지지만 이번 앨범의 달콤한 감상주의를 완성하는 건 얼핏 잡히지 않는 사운드들의 정교한 배치다. 두대의 기타를 포함해 하몬드 오르간, 아코디언, 탬버린, 하프, 캐스터네츠, 호른을 비롯한 브라스, 스트링 그리고 그외에도 수많은 소리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으면서 꾸준히 멜랑콜리하게 떨린다. 그 정교한 조화로움 때문에, 사운드 자체는 낡은 시대를 지향하는데도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앨범의 노랫말 대부분은 깨진 사랑, 또 빠져들게 되는 사랑 때문에 힘들다는 고백이다. 인생이 가져다준 쓴 교훈에 대해 가사와 악기들로 떠들 만큼 떠들다가 마지막 트랙 <Razzle Dazzle Rose>에서 캠벨은 “나의 색을 택하라면 화려한 장밋빛”이라 노래하며 아련히 사라진다. 곁들여진 장조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애국가에 맞먹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마침내 B&S을 뛰어넘은 카메라 옵스큐라. 이 밴드의 현재가 바로 장밋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