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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8편 [1]
박혜명 최하나 김민경 2007-01-11

<버라이어티>는 지난 2006년 8월, 1년 뒤 할리우드의 여름을 전망했다. <스파이더 맨3>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 등 세편의 시리즈가 3편으로 돌아오는 2007년 여름은 “빅3의 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2006년과 마찬가지로 2007년 역시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 속편들의 잔치가 될 것임을 말했다. TV만화 시리즈의 극장판 <더 심슨 무비>나 로버트 저메키스의 3D애니메이션 프로젝트 2탄(1탄은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블록버스터급 예산의 코미디물 <에반 올마이티> 등을 포함한 빽빽한 리스트 중에서 8편을 추려냈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스파이더 맨,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 3년 만인 오션 일당과 제이슨 본, 조니 뎁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해적 잭 스패로우가 있고 마이클 베이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각 감독과 제작자로 합심해 만든 SF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인크레더블>로 픽사의 새 기대주가 된 브래드 버드 감독의 <라따뚜이>가 있다. 그리고, 무려 12년 만에 부활하는 형사 존 맥클레인도 있다! 기대감을 갖고 무언가 기다린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여기 실린 글과 사진이 당신의 호기심을 다 채워주기엔 미흡할 순 있어도 2007년을 예상하기엔 충분한 기회일 것이다.

슈퍼히어로와 도플갱어의 격돌

<스파이더맨 3> Spider-Man3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랑코, 토머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5월4일

우선 지난 11월7일 웹상에 공개된 2분30초짜리 트레일러를 찾아보자. <엠파이어> 1월호의 표지 모델인 토비 맥과이어는 예의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 복장을 했다.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 파커/스파이더 맨의 가장 큰 적은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한 암흑색의 도플갱어, ‘베놈’이다. 프리 프로덕션 때 감독이 “캐릭터가 너무 싫어서 다음편에 넣고 싶은 맘도 없다”고 했던 존재가 3편의 가장 주요한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스파이더 맨은 베놈을 통해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본다. 여기에다 피터 파커는 한때 친구였던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오해를 짊어진 채 그 진범으로 여겨지는 악당 샌드맨(토머스 헤이든 처치)과도 맞서야 한다.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에게 청혼하려던 피터 앞에 직장동료 에디 브록(토퍼 그레이스)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나타난다. 에디 브록은 피터의 손에 쥐어졌다 버려진 검은 옷을 대신 집어든다. 그가 베놈이다. 복수심, 증오, 사랑과 오해 그리고 분열되는 자아.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는 한 인터뷰에서 샘 레이미와 그의 형 아이반 레이미가 함께 쓴 3편의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가장 묵직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그 말은 피터-메리 제인-에디-그웬간의 사랑의 화살표가 이리저리 엉킨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3편의 인물간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뜻도 된다.

소니픽처스와 샘 레이미가 공들인 것은 스토리의 스펙터클뿐이 아니다. 지난 2편 때 무리한 액션 감행으로 허리 부상이 악화돼 3편 출연이 불가할 거란 루머까지 돌았던 토비 맥과이어는 변함없이 “구르고 뛰고 점프하고 착지하고 때리고 싸우고 떨어지는” 액션을 감당했다. CGI 작업은 2편 개봉과 함께 이미 시작돼 차근차근 이어져왔다. 2편으로 오스카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존 딕스트라가 3편의 슈퍼바이저 자리를 고사하면서 그의 동료 스콧 스톡딕이 지휘권을 넘겨받았는데 이 참에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는 <스파이더 맨3>를 위한 시각효과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3편의 제작비는 본 촬영 종료(2006년 8월) 뒤 공개된 2억5천만달러의 숫자를 넘어 현재 3억달러에 육박해 있다. 화폐가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 액수다.

“우린 둘 다 서로한테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둘 다 서로를 용서해야만 해요. 아니면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도 부질없어질 거예요.” 공개된 트레일러에 실린 메리 제인의 대사다. 내면의 어두움과 맞선 영웅의 테마는 이제 사실 새롭진 않다. 묻고 싶은 것은 ‘얼마나 더’가 아니라 ‘왜, 어쩌다가’이다. 왜, 어쩌다가 스파이더 맨은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하게 되었는가. 그 진지한 기대 한켠에, 미국에서 3편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도 동시 개봉한다는 정보도 첨가해두면 나쁘지 않을 듯.

what’s good 샘 레이미 감독님,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what’s bad 21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트렌드인가? ‘고뇌를 등에 업은 슈퍼히어로’가 너무 많군.

홀로 남겨진 해리, 어둠의 마법을 풀어라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에마 왓슨, 루퍼트 그린, 레이프 파인즈, 게리 올드먼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예정 7월13일

이번 시리즈에서 해리는 호그와트에서도 고립되기 시작한다. 거짓말쟁이 누명을 쓰고 따돌림당하고, 볼드모트(레이프 파인즈)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헤르미온느와 론에게서도 거리감을 느낀다. 두 친구가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잘 지낸다는 사실도 해리를 괜히 우울하게 한다. 새로 부임한 독선적인 선생 돌로레스 움브리지(이멜다 스탠튼)는 덤블도어를 밀어내고 교장 자리를 차지한다. 의지하던 이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공포가 해리를 사로잡는다. 여자친구 초 챙과의 첫 키스는 사춘기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볼드모트의 위협은 시시각각 덮쳐오고 해리는 스스로 그에 맞서야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메가폰을 넘겨받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은 정치적 이슈를 잘 다루기로 유명한 영국 감독이다. 해외 성매매를 비판하는 사회드라마나 빈곤문제를 소재로 한 로맨스물로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각종 TV영화상을 수상했다. 애초 물망에 오르던 미라 네어 감독(<몬순 웨딩> <베니티 페어>)을 제치고 그가 선택된 데 대해 <뉴스위크>는 <불사조 기사단>을 “포스트 9·11 시대를 반영하는, 시리즈 중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이야기”라고 해석하며 옹호했다. <해리 포터> 5편의 세계에 새겨진 정치적 은유 중 하나는 새로 부임한 교사 움브리지다. 그는 학교에 닥쳐오는 위험을 내세워 학생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독재자이며, 혼혈이나 켄타우로스 같은 이종족을 차별한다.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은 “(이 영화는) 결국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718쪽에 달하는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즈 중 가장 분량이 많다. 전편인 <불의 잔>의 감독 마이크 뉴웰도 장대한 스토리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거센 비난을 직면해야 했다. <해리 포터>는 다음 편이 집필되기도 전에 예약이 시작되고, 출간일엔 시간당 25만부가 팔리는 전설적인 시리즈 책이다. 여기에 자기 색깔을 녹여넣는 감독들의 특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팬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예이츠 감독의 또 다른 과제이다.

해리의 새 친구 루나 역엔 15000 대 1의 경쟁을 뚫은 신인 에바나 린치가 캐스팅됐다. 평소 린치를 알고 지냈다는 원작자 J. K. 롤링은 캐스팅 소식에 “바로 (내가 생각하던) 루나”라고 반겼다. 볼드모트의 추종자 ‘데스 이터’(death eater) 무리 중 하나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참여해 시리우스 블랙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what’s good 검증받은 원작? 워너의 주력 프로젝트? 해를 거듭할수록 늠름해지는 멋진 해리♡. what’s bad 미검증 감독님. 적어도 판타지 블록버스터 장르에선….

자동차 로봇, 변신 완료!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어 라뵈프, 매건 폭스, 피터 컬런(목소리)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6월말

20년 전 사랑받은 변신 로봇 만화가 마이클 베이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총제작이라는 화려한 크레딧을 달고 다시 태어났다. 미 해스브로사의 장난감으로 처음 출시한 ‘트랜스포머’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마니아층을 다진 작품(우리나라에선 ‘유니크론’ ‘로버틱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인격을 가진 자동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며 주인공 샘(샤이어 라베프)과 우정을 나누고, 지구를 침략한 사악한 로봇 종족에 맞서 함께 싸운다. 아동만화 같은 설정을 작가 로베르토 오치와 알렉스 커츠먼(<아일랜드> <미션 임파서블3> 공동각본) 콤비가 긴장감 넘치는 블록버스터영화로 각색했다. 얼마 전 공개된 극장판 트레일러는 카타르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로봇 액션을 선보이며 장편 실사 SF영화로의 성공적인 이식을 예고했다. 뭉툭한 디자인의 원작 로봇들은 좀더 날카롭고 정밀한 기계로 새로 태어났다. 제작진은 로봇 디자인 때 올드팬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치며 팬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처음엔 ‘완구 홍보물’인 줄 알고 고사하려 했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첫 차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 소년의 캐릭터에 끌려 이 영화를 선택했다 한다. 성장의 길목에서 첫 차가 차지하는 의미를 살리고 싶다는 게 감독의 변. 물론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베이 특유의 ‘오케스트라처럼 섬세하게 조직된 난리북새통 액션’과 변신로봇물의 만남일 것이다.

what’s good 입이 떡 벌어지는 로봇 특수효과. 할리우드의 기술력은 뭐든지 할 수 있다. what’s bad 결국 완구 홍보물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상 최대의 미션, 이름을 찾아라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조앤 앨런, 줄리아 스타일스 수입·배급 UIP코리아 개봉예정 8월중

이미 2편에서 모든 방향은 틀어졌다. 토니 길로이가 각색한 영화 <본 슈프리머시>의 줄거리는 로버트 루들럼이 쓴 원작과 단 한줄만 같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리(프란카 포텐테)와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소설 속의 제이슨 본은 본명과 새 삶을 찾은 반면 영화 속 본은 여전히 기억상실로 인한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었다. 1990년 출간된 루들럼의 세 번째 책을 본다 한들 영화 <본 울티마텀>에 대해 감잡을 수 있는 정보는 (본의 본명을 빼면) 없다.

맷 데이먼이 흘린 말에 따르면 3편에서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본의 여정이 결국은 끝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의 답은 물론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본은 자신이 속한 정보기관 트레드스톤의 상사로부터 여전히 제거 대상. 한편으로는 과거의 살인 임무 중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라 발목이 묶인다. 과거를 제거함과 동시에 되찾아야 할 모순에 놓인 그가 어떻게 본명, 고향, 어머니, 첩보원 훈련 시절을 되찾게 될 것인지가 <본 울티마텀>에 등장할 많은 추격신들의 최후 목표다. 각본가 토니 길로이는 개런티 200만달러의 파격적 대우로 합류했으며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톰 스토파드가 공동각본가로 참여했다. 2편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의 스타일도 기대치를 높인다. 3편은 모로코 탕헤르에서 촬영을 시작해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파리, 지브롤터를 지나 뉴욕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프란카 포텐테는 출연하지 않는다. 본의 상사 파멜라 랜디(조앤 앨런)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후문.

what’s good 그린그래스, 길로이 그리고 내추럴-본 제이슨 맷 데이먼의 대답이 궁금하다. 제이슨 본, 너는 누구냐? what’s bad “멜로도 없고, 길고, 지루하다.” -3편의 3차 스크립트를 읽어봤다는 어느 네티즌의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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